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공동 창립자가 35년간 불신자로 살다가 최근 기독교인이 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래리 생어(56·사진)는 지난 5일(현지시각) 개인 블로그에 ‘회의적인 철학자가 어떻게 기독교인이 되는가’라는 제목의 장문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신앙 여정을 공유했다. 온라인 백과사전 개발자답게 간증문을 11개의 하위 목차로 나뉘어 기술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생어는 ‘나는 질문을 너무 많이 한다’는 첫 목차에서 자신이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여느 십대들처럼 친구와 ‘우주의 기원’에 대해 논쟁하다가 신앙과 멀어졌다고 했다. 특히 철학 공부를 하던 10대 후반 한 목회자에게 기독교에 대한 회의적인 질문을 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오히려 핀잔을 들은 경험이 불신을 더 키웠다고 부연했다.
생어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수많은 무신론자를 만나고 교제했다. 당시 자신은 ‘신의 존재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불가지론자였다고 분류했다. 2001년 위키피디아를 창립하고 캘리포니아주 여러 대학 강단에서 철학을 가르치면서도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옥스퍼드 명예교수인 리처드 스윈번 등 자신이 존경하는 철학자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점,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으며 자신이 견지해온 ‘도덕적이며 인식론적인 사명’을 더는 지지할 수 없게 된 점 등을 통해 변화를 겪었다. 이후 2019년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지적 설계론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스티븐 마이어 강연 등을 통해 완벽한 과학적 설명이 있더라도 그 목적을 분명히 설명할 수 없다면 편향적 미신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생어는 “성령을 통해 예수의 감동을 받고 순수하고 거룩하게 됨으로써 하나님으로부터 구원받는다”는 신앙 고백을 하면서도 여전히 알아가야 할 것이 많고 출석 교회를 정하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데도 개종을 밝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또 이르시되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는 명령에 대한 응답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글에는 14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신앙 여정을 솔직하게 나눠주어 감사하다”는 반응이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