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거나 슬프다. 뭘 해도 재미가 없고 예전에 즐겁던 활동도 흥미가 떨어진다. 피로가 쌓이고 에너지가 부족하다. 잠을 잘 못 자거나 과도하게 잔다. 무언가에 집중하기 어렵고 사소한 결정도 내리기 힘들어진다. 친구나 가족을 피한다. 식욕이 없거나 반대로 과식한다.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불릴 정도로 흔하다.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22년 100만명을 넘었다. 이중 중증 환자 수는 30만명이 넘는다. 국민소득이 높은 서구권에선 고민이 있을 때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하는 게 보편적이다. “내 정신건강 주치의는 누구”라고 공공연히 말할 만큼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없다. 국내 환자 수가 많아진 것도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정신질환도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갈등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자해·자살 등 자기 파괴적인 특성을 보인다. 고립된 환경이 지속될수록 증세가 악화돼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대전 초등학생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교사가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사건과의 관련성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환자가 상대를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자신과 관련 없는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이 아니다. 인격장애, 조현병, 망상장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한다.
때문에 살인의 원인으로 우울증을 추측하는 것은 우울증을 향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할 수 있다. 겨우 드러내고 치료받는 세상이 됐는데 다시 숨겨야 하는 질환이 되어선 안 된다. 치료 시기를 놓쳐 상태가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1일 이 사건을 언급하며 SNS에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고 썼다. 곱씹어 볼 말이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