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공명조와 비익조

입력 2025-02-13 00:38

공명조(共命鳥)는 몸 하나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상상의 새다. 머리의 성격은 서로 달랐다. 밤낮 교대로 깨어 만나는 시간은 적지만 자주 싸웠다고 한다. 어느 날 머리 하나가 다른 머리가 자는 사이 맛있는 열매를 발견하고 혼자 먹어버렸다. 이 사실을 안 다른 머리는 맛있는 열매를 먹은 머리에게 복수하겠다고 독이 든 열매를 먹었다. 독은 온몸에 퍼졌고 머리 하나가 죽은 뒤 결국 남은 머리도 죽고 말았다. 다른 쪽이 사라지면 혼자 잘 살 것 같지만 모두 공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수신문이 2019년 말 상황을 반영해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당시 이른바 ‘조국 사태’가 발생했고, 여론은 갈라졌다. 여야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찰개혁 법안 등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놓고 물리적 충돌까지 빚으며 내내 대치했다.

5년여가 지났다. 앙금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없다시피 했다. 갈등은 2022년 대통령 선거 이후 더 깊어졌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폭군이 되는 법’의 에피소드들도 재현됐다. 폭군이 되는 법은 근현대사를 장식했던 독재정권들을 6회로 나눠 분석한 작품이다.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잡는 과정,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경쟁자를 숙청하는 방법, 우간다의 이디 아민,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북한의 김씨 왕조 등의 특징을 공포통치, 진실 통제, 새 사회건설, 영원한 지배 등으로 각각 설명한다. 이 다큐멘터리 중 정적 제거, 공포정치, 언론 통제 등의 상황이 비슷하게 펼쳐지다가 입법부 장악 과정에서 막혔다. 탄핵 과정에 들어가면서 주장과 어깃장은 강화됐다.

의견 대립이나 이념 갈등은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해결 방법을 알면서 실천하지 않고, 소모적 갈등만 만연해 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기려고 명확한 증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문제가 되지 않으면 흐지부지 넘어가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상대를 아예 없애려고까지 한다. 다른 머리를 사라지게 해 모든 걸 독차지하려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대사처럼 “이러다가 모두 다 죽는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극단의 대립을 일단 멈추고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가져보자. 헌법에서 정한 원칙들을 다시 살펴보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와 공화를 제대로 묶어야 우리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민주라는 개념이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공화는 공동체의 조화와 화합을 추구한다. 공화의 정의에 있는 ‘두 사람 이상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라는 조건에는 생각이나 지향점이 다른 사람을 포함한다. 같은 편끼리만 일을 도모하지 말고 다른 편과 논의하고 합의해 공동선을 설정하고 실천하라는 의미다. 조화와 합의, 화합을 추구하면 일인 또는 일당 독주, 기득권의 독점 등을 막을 수 있다. 주장의 대립, 협의와 조정, 공동선 도출이라는 과정은 힘들고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 할 과정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개인의 지식과 경험은 한정적이다. 머리 좋은 한 사람이 이끄는 것보다 조금 부족한 여러 사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집단지성이 훨씬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상의 새 중에 비익조(比翼鳥)라는 새도 있다. 암컷과 수컷이 각각 날개 하나와 눈이 하나뿐이어서 짝이 없으면 날 수 없다. 부부나 연인 사이의 깊고 애틋한 사랑을 비유하는 상징으로 자주 사용돼 적절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비익조다.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