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전에서 초등교사가 8세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은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벌어진 비극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신앙 공동체이자 지역사회의 돌봄 거점인 교회도 더욱 강화된 안전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기 사고를 겪으며 안전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한 미국교회의 사례는 한국교회가 보다 면밀히 살펴볼 대상이다.
유튜브 ‘유목민’ 채널을 운영하는 유승현 목사는 SNS에 안전을 위한 미국교회의 노력을 소개하며 “한국교회도 안전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목사는 세계 교회를 탐방한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고 있다. 그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앤더슨에 있는 뉴스프링교회를 방문했을 때 예배 중 잠시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려 하자 문이 잠겨 있었다고 전했다. 예배가 시작되면 예배당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시스템 때문이었다.
유 목사는 1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미국교회들이 안전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다루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일화였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에는 많은 교회가 ‘체크인’ 시스템도 적용하고 있었다. 아이를 교회학교에 맡길 때 부모가 직접 ‘체크인’을 하고 다른 사람이 대신 데려갈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이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투웰브스톤교회도 예배가 시작되면 출입문 자동 잠금장치를 작동시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막는다. 교회 관계자의 보안카드 없이는 예배당에 출입할 수 없다. 유 목사는 “한국교회는 외부인 출입 문제에 대해 비교적 무감각한 상태”라며 “주일학교 예배 시간에 누구나 출입할 수 있고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이를 데려가도 제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교회는 대부분 안전사고가 사각지대나 폐쇄적인 공간에서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후미진 공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유 목사는 “교회학교 건물 내 예배 공간에 투명 유리를 설치하거나 소그룹마다 2~3명씩 교사를 배치하는 방법을 활용한다”면서 “한국교회도 교회학교 내 어린이 전용 화장실을 운영하거나 화장실 동행 규정 마련을 하고 성인 출입을 차단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회학교 교사 선발 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교사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목사는 “미국에서는 교사로 지원한 자원봉사자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며 일부 교회는 사설 변호사를 통해 범죄 이력까지 조회한다”고 전했다.
다만 교사 확보 자체가 어려운 현실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지원자가 줄어들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상범 목사(주일학교사역자연구소 소장)는 “지금은 교사 한 명이 와서 봉사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상황이라 기준을 대폭 높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고 목사는 “교회가 최소한의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다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범죄 감수성 교육이나 상담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무리하게 사역을 맡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한인교회에서도 안전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3년 12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한 한인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20대 한인 여성이 강도를 만나 성추행을 당했다. 이 사건 이후 인근 한인교회들은 CCTV를 추가 설치하고 새벽 시간대 순찰을 강화하며 출입문 통제를 강화했다.
연합감리교회(UMC)는 교회 내 응급 상황에 대비한 대응 지침을 두고 있다. 자연재해나 건강 위기는 물론 범죄와 외부 위협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으며 교회 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위기 상황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도록 팀을 운영하고 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교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지만 일정 수준의 보호 조치는 필요하다”며 교회의 안전 시스템 강화를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