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팀을 망치는 리더

입력 2025-02-13 00:32

최근 전 세계 스포츠팬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벌어진 초대형 트레이드였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루카 돈치치와 LA 레이커스의 앤서니 데이비스가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NBA 선수와 관계자들은 모두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NBA에서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정도라면 ‘언해피’를 띄우지 않는 한 다른 팀으로 팔려 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트레이드는 선수가 불만을 터트리지도 않았고, 사전에 어떤 조짐도 없었다.

니코 해리슨 댈러스 단장은 “우승을 위한 선택”이라고 성난 팬심을 달래려 했다. 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돈치치가 2019년 팀에 합류한 이후 댈러스는 우승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했다. 지난해에는 NBA 파이널까지 진출했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돈치치를 중심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우승을 노리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동안 댈러스에 대한 팬들과 언론의 비판은 “돈치치를 보좌할 선수들을 찾아라”였다. 그런데 댈러스 구단은 팀의 근간을 흔드는 ‘도박’을 선택했다.

댈러스 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건 이 팀이 가진 ‘낭만’을 배신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댈러스는 ‘유럽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낭만이 있다. 바로 디르크 노비츠키다. 댈러스는 1999년 독일 출신 노비츠키를 뽑아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웠다. 그리고 댈러스는 2011년 르브론 제임스가 뛰던 마이애미 히트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까지도 댈러스의 유일한 우승이다. 노비츠키는 댈러스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 커리어를 마감하며 동화 같은 서사를 완성했다.

노비츠키 은퇴 후 댈러스는 또 다른 유럽 스타를 노렸고, 그게 돈치치다. 2019년 드래프트에서 돈치치를 뽑기 위해 애틀랜타 호크스와 드래프트 순번을 맞바꾸는 거래까지 했다. 그리고 돈치치는 기대대로 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이런 선수를 하루아침에 잃은 댈러스 팬들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댈러스의 변심을 두고 구단주가 바뀐 탓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비츠키 시대를 이끌고, 돈치치를 뽑았던 마크 큐반 구단주가 지난해 말 라스베이거스 샌즈 창업주 가문인 아델만 가문에 댈러스 구단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 새 구단주가 전 구단주의 유산을 없애기 위해 이번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결정이 댈러스에 우승을 가져다줄지는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팀의 역사와 문화를 저버렸다. 목표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좋지 않기에 ‘나쁜 역사’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상 잘못된 트레이드는 주기적으로 소환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는 1919시즌 후 한 선수를 현금 트레이드로 뉴욕 양키스에 보낸다. ‘홈런왕’ 베이브 루스였다. 루스는 양키스에서 15년간 뛰며 4차례 우승반지를 끼었다. 반면 보스턴은 2004년까지 86년간 우승하지 못하며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렸다.

리더의 결정은 그 조직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 리더가 내리는 한 번의 선택이 조직을 번영으로 이끌 수도 있고,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리더는 신중해야 하며, 조직 내부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주변의 의견을 경청하며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번 내려진 결정은 시간이 지나도 기록으로 남으며, 후대에 평가받게 된다. 리더는 역사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며, 책임감 있는 자세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는 스포츠, 문화,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다.

김준엽 문화체육부장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