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흔드는 트럼프 관세정책
보호무역의 부활 신패러다임
관세 공세, 글로벌 공급망 위기
통상정책은 무소불위의 수단
통상은 무력과 불가분의 관계
종합적 대외정책 필요한데
우린 얼마나 준비하고 있나
보호무역의 부활 신패러다임
관세 공세, 글로벌 공급망 위기
통상정책은 무소불위의 수단
통상은 무력과 불가분의 관계
종합적 대외정책 필요한데
우린 얼마나 준비하고 있나
취임한 지 엿새째 되던 지난 1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콜롬비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일주일 안에 관세율을 50%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입국한 콜롬비아인의 본국 송환을 거부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에 대한 응징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로 모든 콜롬비아 국민과 화물에 대해 세관과 국경보호국의 검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이며,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으로 몰아낸 범죄자들의 수용과 송환에 관한 법적 의무를 다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반발했다. 즉각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큰소리쳤으나 하루도 가기 전에 꼬리를 내렸다. 콜롬비아는 송환자들을 미국에서 데려왔고 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없던 일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콜롬비아에 이어 캐나다와 멕시코는 마약과 불법 이민자 문제 등 국경 방어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펜타닐 원료 공급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결국 캐나다와 멕시코는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중국만이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아직 통상 문제는 본격적으로 논의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관세정책은 이제 트럼프 정부 대외정책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하고 가시적인 수단으로 올라섰다.
나라마다 다른 사연이 있겠지만 미국의 고율관세 정책이 통하는 이유는 미국의 수입에 세계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의 제1 수출 대상국이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품은 여전히 중간재가 더 많고 중국 내에서 이것이 가공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재수출되고 있다. 결국 가장 많은 최종재가 향하는 곳은 미국인 바 이런 무역구조에서 다른 나라들이 관세를 무기로 한 미국의 압박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다. 통상 협상에서 힘은 상대국에 얼마나 많이 수출하는가가 아니라 상대국으로부터 얼마나 많이 수입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점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트럼프가 만들어가는 국제통상질서는 충격적이고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자유무역질서에서 수출주도 전략으로 고속 성장해 온 우리나라는 1990년대 공산권의 몰락으로 전면적 세계화가 지배적이었을 때 큰 혜택을 봤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세계화가 비틀거리고 보호주의가 득세하며 기술과 산업 안보를 내세우는 경제안보의 시대를 맞아 우리의 통상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통상정책의 목표도 경제 영토를 확대한다는 시장확대 전략에서 경제안보를 최우선시하는 안보 전략으로 진화해 왔다. 통상정책이 종래의 무역안보뿐만 아니라 첨단기술산업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하는 데 기여해야 하며, 그 공급망의 안정화에 기여하고 기술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기술산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통상의제를 선별해내고 이를 관철해 나갈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정책은 국내 산업과 지역 및 일반 국민의 이해관계에 보다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포용적 통상정책의 일환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통상정책이라는 명시적 정책 목표를 내걸 필요가 있으며 반도체, 전기차,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첨단산업을 국내에서 진흥시키기 위한 산업정책과 긴밀한 연계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 관련 산업의 핵심 공정을 국내에 유지하면서도 해외 기술과 효과적으로 접목시키기 위한 통상정책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녹색기술을 협력하기 가장 좋은 대상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되는 통상정책을 구사할 필요도 있겠다.
대항해 시대가 중상주의로 진화하고 산업혁명을 앞세운 서구의 잔혹한 제국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던 시기에 통상은 총칼을 앞세운 무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 대외정책의 주요 도구였다. 이제 트럼프 시대를 맞이해 통상정책은 만능열쇠 같은 무소불위의 수단으로 다시 떠올랐다. 이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의 통상정책은 전통적 통상뿐만 아니라 전통안보와 비전통안보, 이민, 국제금융, 산업정책, 첨단기술 등 많은 분야와 긴밀히 조율하고 다양한 수단을 내재화하는 종합적 대외정책으로 진화해야 한다. 우리는 준비하고 있는가.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