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남부 고산지대에 자리한 백두대간 주 능선의 태백산(1567m)과 함백산(1573m)은 ‘겨울 눈꽃 산행 일번지’로 유명하다. 두 산 모두 태백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2월이면 습기를 머금은 눈이 자주 내리고, 영하의 찬바람이 불어 나뭇가지에 상고대(서리꽃)가 장관을 이룬다. ‘크고 흰 산’이라는 의미의 태백산은 요즘 흰옷을 입고 있다. 태백산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에 군데군데 나타나는 주목 군락지는 겨울철 아름다운 설경의 최고 포토존이고, 함백산 만항재는 자동차로 쉽게 올라 겨울왕국을 맞이할 수 있는 명소다.
태백산 산행은 해발 900m에 육박하는 유일사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장군봉과 천제단(천왕단)을 거쳐 당골로 하산하는 코스가 인기다. 등산로가 완만한 데다 산행 시간도 짧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태백산 장군봉 주변은 주목 등 고사목과 여러 관목이 어우러져 멋진 눈꽃 풍경을 만들어낸다.
살을 에는 강추위에 하얀 입김을 내뿜고 뽀드득뽀드득 발소리를 들으며 산을 오른다. 유일사 갈림길을 지나면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이 꿈결 같은 풍경을 펼쳐놓는다. 나무의 허리춤에는 눈꽃·얼음꽃으로 치장한 초록잎이 둘러 있다. 속은 텅텅 비어 있고 수피는 벗겨져 속살을 드러내며 추위와 바람에 맞서고 있다. 맨살 나무에 서리꽃이 피어 있다.
곧바로 태백산의 주봉인 장군봉 정상이다. 함백산, 금대봉, 은대봉, 두타산, 매봉산, 구룡산, 백병산, 응봉산 등 우뚝우뚝한 봉우리들이 빙 에둘러 서 있다. 한반도의 등뼈이며 백두대간의 허리인 정상부 능선을 지나면 천제단이다. 둘레 27.5m, 높이 2.4m, 좌우 폭 7.36m, 앞뒤 폭 8.26m로 꽤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단군을 뜻하는 ‘한배검’ 비석이 있다. 천제단 앞에서 하산은 두 갈래. 직진은 문수봉·부쇠봉으로, 왼쪽은 당골 광장·백단사 주차장으로 바로 간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단종비각이 나온다. 비각에는 ‘조선국태백산단종대왕지비(朝鮮國太白山端宗大王之碑)’라 새긴 비석이 있다. 망경사를 지나 당골 광장 방향으로 가면 잣나무 숲에 조성된 반재 쉼터가 반갑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백단사 주차장에,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당골 광장에 닿는다.
당골 광장에는 지난 7일 시작해 오는 16일까지 이어지는 ‘제32회 태백산 눈축제’가 한창이다. 1994년 제1회를 시작한 행사로 매년 태백산 설경을 배경으로 다양한 눈 조각 작품과 눈썰매·회전눈썰매 등 겨울놀이를 즐길 수 있는 겨울 축제다. 축제에서는 해마다 다른 주제로 만들어진 다양한 형상의 눈 조각을 만날 수 있다. ‘설산 속의 아틀란티스’ ‘아부심벨 대신전’ ‘태백 설원에 깃든 파라오의 숨결’ 등 눈 조각이 추억 사진의 배경이다. 산행을 마치고 들른 등산객들은 천연색 복장으로 흰 화선지에 울긋불긋 수채화를 그려 놓는다.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유명 캐릭터인 ‘캐치! 티니핑’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도 펼쳐지고 있다.
광장 인근에는 석탄박물관이 있다. 한국 석탄산업의 역사와 석탄 자원에 대해 살펴보고 옛 태백 탄광촌의 향수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질관, 석탄의 생성 발견관, 탄광생활관, 체험갱도관 등 8개 전시실과 야외전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 아래 지난해 ‘태백산 하늘전망대’가 들어섰다. 산에 오르지 않아도 태백산의 주요 봉우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터다. 전 구간 평탄하게 이어지는 무장애 탐방로여서 휠체어를 타도 전망대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 당골탐방지원센터를 통해 입장하면 편하다. 내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3층까지 올라가면 길이 이어진다. 높게 솟은 나무들이 주변을 감싼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 사이에 ‘스카이 미끄럼틀’과 대형 그물망 위에서 마음껏 구르고 뛰놀 수 있는 ‘네트 트램펄린’ 등 놀이기구들이 아이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도 사로잡는다. 전망대 인근에 이르면 작은 동굴영상관이 마련돼 있다. 태백산 호랑이 이야기와 사계절 태백산 경관 등 미디어아트 영상을 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만하다.
하늘전망대는 원통형으로 경사로를 나선형으로 돌며 걷게 돼 있다. 충북 단양의 만천하스카이워크와 닮았다. 전망대 정상은 높이 33m의 평평한 쉼터로 조성돼 있다. 태백산 및 함백산 능선과 연화산 능선들을 두루 볼 수 있다. ‘하늘전망대 포토존’을 비롯한 소소한 사진 포인트가 인기다. ‘하늘전망대 포토존’ 기기로 촬영한 사진은 당골탐방지원센터로 돌아가야 찾을 수 있다.
편하게 상고대를 즐기려면 만항재(1330m)를 가면 된다. 한국에서 차량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다. 정선군과 경계를 이루며 사계절 내내 변화무쌍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겨울이면 설경과 상고대로 이름나 있다.
차에서 내리면 도로 양옆으로 뻗은 나무들이 온통 서리꽃을 피우고 있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낙엽송은 가지마다 반짝이는 눈·서리·얼음을 매달고 황홀경을 빚어낸다.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으며 걷다 보면 마치 동화 속 겨울왕국으로 들어선 듯하다. 눈밭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이다.
여행메모
하늘전망대·눈축제·주차 무료
이색 물닭갈비와고품질 한우
하늘전망대·눈축제·주차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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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정상에 오르는 들머리는 유일사탐방지원센터, 당골 광장, 백단사 입구, 화방재, 백천계곡 등이다.
태백산 산행에는 보온과 눈길 대비가 중요하다. 방한 옷과 아이젠, 스패츠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얼굴 마스크나 이중 장갑(속·겉장갑), 스틱 등도 갖추는 게 좋다. 태백석탄박물관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하며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하늘전망대 및 눈축제와 주차장은 무료다.
태백의 이색 먹거리는 물닭갈비다. 춘천닭갈비와 달리 깊고 감칠맛 나는 육수에 각종 채소를 듬뿍 넣고 닭갈비를 우려낸다. 쫄면, 가락국수, 라면의 3색 사리를 곁들여 먹는 맛도 훌륭하고 육수에 볶은 밥도 일품이다. 태백 시내에는 품질 좋은 한우를 내는 식당도 여럿 있다.
태백·정선=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