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욱 “선관위 시스템만 점검… 부정선거와 연결짓긴 어려워”

입력 2025-02-11 23:53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백 전 차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시스템 점검을 주도했던 인물로, 시스템의 취약점은 확인했지만 이를 부정선거와 연결짓기는 어렵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측이 11일 탄핵심판 증인으로 부른 전직 국가정보원 간부가 과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의 보안 취약성을 인정하면서도 “부정선거와 같이 보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대법원이 문제없다고 결론 낸 ‘빳빳한 투표지’ 등도 재차 언급했지만 부정선거 관련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근거로 앞세우는 부정선거 의혹 주장이 갈수록 힘을 잃는 모습이다.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헌재 7차 변론에 출석해 “국정원은 선관위 보안 시스템만 점검했기 때문에 이것을 갖고 부정선거와 같이 전체적으로 보면 안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증언했다. 백 전 차장은 2023년 국정원 선관위 서버 점검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선관위는 당시 서버 등 모든 전산장비 6400여대에 대한 접근 권한을 국정원에 줬고, 국정원은 주요 전산장비 370여대를 점검했다. 백 전 차장은 선관위 인터넷과 업무망, 선거망이 분리되지 않아 외부 공격에 취약한 구조였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국회 측이 “선관위 선거 시스템이 해킹으로 침입당한 흔적이 발견되진 않은 것 아니냐”고 묻자 “점검한 5% 내에서는 없었다”고 답했다.

백 전 차장은 국회 측이 “점검 당시 선관위가 전체 시스템과 장비에 대한 점검에 불응하고 일부만 허용했다는 말은 아니지 않으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백 전 차장 신문 후 출석한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도 “국정원도 시간·인원 제약으로 모든 서버를 다 볼 수는 없어 자의적으로 선별 진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국민 담화에서 “(선관위가) 전체 시스템 장비의 아주 일부분만 점검에 응하고, 나머지는 불응했다”고 주장했던 것과 다른 설명이다.

그동안 각종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윤 대통령 대리인으로 나왔다. 황 전 총리는 김 총장에게 “(21대 총선에서) 빳빳한 투표지가 많이 나왔는데 한 번도 접은 적 없는 투표지가 개표장에서 나오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김 총장은 “대법원 검증 결과 정상 투표지로 결론 내린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관련 소송에서 “원고(민경욱 전 의원)가 접힌 흔적이 없다고 선별한 투표지 중 상당수에서 실제로 접힌 흔적이 확인됐다”며 위조 투표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총장은 “정부에서 상당한 돈을 지원해 선거 서버를 개선했는데 부정선거 주장이 계속 이뤄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증인으로 불러 달라는 윤 대통령 측 신청을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인천 연수을 선거구의 사전·당일 투표자와 선거인 명부상 투표자 숫자가 일치하는지 대조해달라는 윤 대통령 측 검증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백 전 차장 신문을 앞두고 오후 4시25분쯤 퇴정했고, 오후 6시18분쯤 법무부 호송 차량을 타고 헌재를 떠났다.

이형민 성윤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