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이 11일 탄핵심판 증인으로 부른 전직 국가정보원 간부가 과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의 보안 취약성을 인정하면서도 “부정선거와 같이 보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대법원이 문제없다고 결론 낸 ‘빳빳한 투표지’ 등도 재차 언급했지만 부정선거 관련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근거로 앞세우는 부정선거 의혹 주장이 갈수록 힘을 잃는 모습이다.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헌재 7차 변론에 출석해 “국정원은 선관위 보안 시스템만 점검했기 때문에 이것을 갖고 부정선거와 같이 전체적으로 보면 안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증언했다. 백 전 차장은 2023년 국정원 선관위 서버 점검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선관위는 당시 서버 등 모든 전산장비 6400여대에 대한 접근 권한을 국정원에 줬고, 국정원은 주요 전산장비 370여대를 점검했다. 백 전 차장은 선관위 인터넷과 업무망, 선거망이 분리되지 않아 외부 공격에 취약한 구조였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국회 측이 “선관위 선거 시스템이 해킹으로 침입당한 흔적이 발견되진 않은 것 아니냐”고 묻자 “점검한 5% 내에서는 없었다”고 답했다.
백 전 차장은 국회 측이 “점검 당시 선관위가 전체 시스템과 장비에 대한 점검에 불응하고 일부만 허용했다는 말은 아니지 않으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백 전 차장 신문 후 출석한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도 “국정원도 시간·인원 제약으로 모든 서버를 다 볼 수는 없어 자의적으로 선별 진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국민 담화에서 “(선관위가) 전체 시스템 장비의 아주 일부분만 점검에 응하고, 나머지는 불응했다”고 주장했던 것과 다른 설명이다.
그동안 각종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윤 대통령 대리인으로 나왔다. 황 전 총리는 김 총장에게 “(21대 총선에서) 빳빳한 투표지가 많이 나왔는데 한 번도 접은 적 없는 투표지가 개표장에서 나오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김 총장은 “대법원 검증 결과 정상 투표지로 결론 내린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관련 소송에서 “원고(민경욱 전 의원)가 접힌 흔적이 없다고 선별한 투표지 중 상당수에서 실제로 접힌 흔적이 확인됐다”며 위조 투표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총장은 “정부에서 상당한 돈을 지원해 선거 서버를 개선했는데 부정선거 주장이 계속 이뤄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증인으로 불러 달라는 윤 대통령 측 신청을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인천 연수을 선거구의 사전·당일 투표자와 선거인 명부상 투표자 숫자가 일치하는지 대조해달라는 윤 대통령 측 검증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백 전 차장 신문을 앞두고 오후 4시25분쯤 퇴정했고, 오후 6시18분쯤 법무부 호송 차량을 타고 헌재를 떠났다.
이형민 성윤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