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해야할 학교서 이런 일이”… 학부모·학생들 충격

입력 2025-02-12 02:00
학부모로 보이는 이가 11일 김하늘양이 사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안전보호실 앞에 서 있다. 김양을 살해한 40대 여교사는 범행 동기로 “어떤 아이든 같이 죽을 생각으로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연합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김하늘양 피살 사건으로 일선 학교들과 학부모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학부모들은 “앞으로 어떻게 선생님을 믿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겠느냐”면서 불안감을 호소했다.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양 빈소에선 11일 온종일 비통한 울음과 차마 슬픔을 헤아릴 수 없는 침묵이 오갔다. 딸을 잃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너지면 안 된다는 듯,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조문객을 맞았다. 생전에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을 좋아했다는 아이의 영정사진 앞에는 아이브 포토 카드 등이 놓여 있었다.

이날 오후 친척으로 보이는 여성이 빈소로 들어오며 “미안해”하고 오열하며 쓰러지자 하늘이 어머니는 “언니가 왜 미안해, 뭘 잘못했다고” 하면서 끌어안고 위로했다. 몇 번씩 울음을 삼키던 하늘이 어머니는 끝내 딸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빈소로 들어오자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김양의 절친이라는 손모(8)양은 어머니 손을 잡고 빈소를 찾았다. 손양 어머니 B씨는 이날 조문을 마친 뒤 “처음에 이 소식을 어떻게 아이에게 전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하늘이가 같은 아파트에 살아 집에도 자주 놀러 오곤 했다”며 “천사같이 밝은 모습에 어른들에게도 정말 귀염받던 아이”라고 회상했다. 그동안 손양은 엄마 품에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어떤 말도 더할 수 없다는 듯 침묵으로 애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양이 다녔던 초등학교 교직원 10여명은 차마 빈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복도에서 묵념하며 수 시간 자리를 지켰다.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앞으로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 서구 관저동에 있는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꽃, 인형, 간식들이 놓여 있었다. 이 학교 6학년생 A군은 “방과 후 교실에서 하늘이를 본 적 있다. 그래서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고 슬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늘이가 좋아했던 젤리를 사 왔다”며 손에 든 젤리 봉지를 정문 앞에 놓았다.

이 지역 학부모들은 사전에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교육 당국을 성토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김모씨는 “학교 전체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며 “그전에도 가해 교사의 동료 폭행이 있었다는데, 학교 측이 왜 미리 분리 조처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자녀의 학부모 남모씨는 “이번 사건 이후로 아이들을 방과 후 교실에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김양 아버지는 이 장관에게 “아이에게 ‘선생님은 너 지켜주는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근데 학교 안에서 선생님이 작정하고 혼자 아이를 죽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발 부탁드린다”며 울먹였다. 이에 이 장관은 “학교라는 가장 안전해야 하는 공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참담하다. 교육부를 대표해 사과 말씀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한웅희 김승연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