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겪는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계엄 선포 배경과 이후의 혼란상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돌린 것이다. 혼란스런 정국에 대한 해법 제시 없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이재명의 민주당’ 성토장으로 활용한 셈인데, 국정 주도권을 내준 소수 여당으로서의 현실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선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치였다”면서도 “그런데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봐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현 정부 들어 민주당이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23번의 특검법을 발의한 사실 등을 열거하며 “우리 헌정사에도, 세계 어느 국가에도 이런 야당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단언컨대 지금 국정 혼란의 주범은 이재명 세력”이라며 “그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 대표 방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의 형이 확정되기 전에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최근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실용주의를 표방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가면극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약 44분간의 연설에서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이재명’을 각각 44번, 18번 꺼냈다. 이 대표에 대한 보수층과 중도층의 반감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헌”이라며 분권형 개헌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87년 체제 등장 이후 5년 단임제 대통령이 8명 있었다. 그중 3명이 탄핵소추를 당했고 4명이 구속됐다”며 “이것은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은 제도 자체의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심을 왜곡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기해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력 낭비와 책임정치 차원에서 대선·총선·지방선거의 통합 시행도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생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 회복, 취약계층 지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제안한 지역화폐 예산 편성에는 선을 그었다.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권 원내대표는 “반도체 연구인력이 주52시간 근무에 발목 잡힌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반도체특별법 처리 방침을 밝혔다.
구자창 이종선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