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학생 김하늘(8)양 살해 사건으로 학교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이른바 ‘폭탄 교사’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교직 사회에서도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각종 정신적·신체적 사유로 문제를 일으키는 교사가 교단에 서는 것을 제한하는 등 제도적 장치부터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육계에선 11일 김양 사건에 대해 ‘곪아왔던 폭탄 교사 문제가 너무 끔찍하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이나 생활 지도 등에서 교사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교원을 폭탄 교사라고 불러왔다. 단순히 교사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문제가 있어 학교 구성원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보내는 ‘폭탄 돌리기’ 대상이 되는 교사를 일컫는다.
학교장과 교육 당국은 이런 교사들에게 담임 업무 대신 교과전담교사로 활용하되 수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행정소송 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 교사는 “학교 관리자들도 폭탄 교사와의 트러블을 꺼리므로 다른 교사들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폭탄 교사들은) 자기 영역을 구축한 뒤 마치 섬같이 행동하므로 학생들만 불쌍하다”고 말했다.
교사 단체들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김양 사건은) 교육청 개입으로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 서울시교육청도 폭탄 교사 문제를 학교에 떠넘겨온 관행을 고쳐야 한다. 교육청이 적극 개입해야 학생과 교사가 안전하게 공부하고 가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교육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분위기에선 폭탄 교사를 학교 현장에서 배제하는 장치인 ‘질환교원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심의위는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있는 교사가 업무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제도다. 시·도교육청 단위로 운영되며 정신건강 전문가, 교사·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감은 심의위 심의를 거쳐 직권으로 휴직·면직 권고를 내릴 수 있다. 대전시교육청의 경우 2015년 9월부터 심의위를 운영해왔으나 202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서울·부산 등 다른 교육청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 정신건강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경우 교사들이 진단 자체를 꺼려 문제가 더 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보훈병원과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이 공무상 재해 10년치(2009~2018년)를 분석해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사는 다른 일반직 공무원보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 발생 빈도가 2배로 높았다. 부산의 한 초등 교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땜질식 대책이 아니라 교사 마음건강에 대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