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관세 예고하자… 여야 K칩스법 모처럼 합의

입력 2025-02-12 01:11
11일 국회에서 열린 조세특례제한법·법인세법·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수민(왼쪽) 위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태호 위원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기업들의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을 5% 포인트씩 상향하는 이른바 ‘K칩스법’이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관세 전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에도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엿보이자 여야가 모처럼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재위는 이날 조세소위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이 기재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반도체 기업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에서 각각 20%, 30%로 높아진다.

K칩스법은 반도체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연장하고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이다. 기재위 조세소위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이를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세액공제율 상향안은 무산됐고 시설투자 세액공제 일몰 기한만 3년 연장하는 내용만 반영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더해지며 관련 논의는 파행을 빚었다. 이후 세액공제율 상향을 담은 개정안은 본회의로 넘어가지 못한 채 지금껏 표류했다.

이날 해당 법안이 다시 진전을 맞이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화살이 반도체에까지 미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앞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에서 조기 대선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야가 정책 성과를 내기 위해 합의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한편 이날 반도체 R&D 세액공제를 2031년 말까지 7년 연장하고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R&D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2029년 말까지 5년 연장하는 법안도 기재위 소위를 통과했다. 주요 국가전략기술 분야(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형 이동수단, 바이오의약품)에 인공지능을 추가하고 미래형 운송수단 유형에 선박을 추가하는 등 세제 혜택 대상도 확대했다.

정부와 국회는 이달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재위는 먼저 오는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날 소위 의결 안건들을 심의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2월 본회의 의결까지 다 마칠 걸로 예상되고 또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