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연금개혁 논의를 모수개혁부터 우선 시작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합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先) 모수개혁’ 제안을 수용하면서도 연금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할 협상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여야가 개혁 방향성을 두고는 간극을 좁히는 모양새지만 논의 방식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가 연금개혁특위 구성에 합의한다면 국민의힘은 모수개혁부터 논의하는 것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반드시 구조개혁과 수익률 개혁 논의가 이어지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모수개혁 내용 면에서는 여야 간 입장차가 크지 않다. 이미 21대 국회 때 여야는 보험료율(내는 돈·현행 9%)을 현재 13%로 4% 포인트 인상하는 데 합의를 봤다. 소득대체율(받는 돈·현행 40%)을 두고는 국민의힘이 43%를, 민주당이 45%를 각각 제시했었다. 이 대표는 전날 “당장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개혁의 물꼬를 틔워보자”고 제안했다.
여전한 문제는 연금개혁의 다른 한 축인 구조개혁이다. 국민의힘은 모수개혁을 먼저 손보더라도 구조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 원내대표가 특위 구성을 논의 전제로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구조개혁은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개인보험 등과도 연계된 문제라 국회 보건복지위 차원에서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복지위 단일 상임위 차원이 아닌 특위라는 큰 그릇을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시급한 모수개혁부터 소관 상임위인 복지위에서 빠르게 처리하고, 입장차가 큰 구조개혁은 특위에서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소득대체율 44%안이 괜찮다면 모수개혁을 복지위에서 못할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구조개혁 논의를 담보해 달라는 국민의힘 요구에 대해서는 “구조개혁은 특위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합의하면 된다. 그게 저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신경전의 근저엔 여야가 서로 상대의 개혁 진정성을 불신한다는 점이 자리한다.
정부는 여야의 조속한 합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연금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국회에서 하루속히 합의안을 도출해주기를 바란다.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현수 송경모 박민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