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 달간 중국차의 시장 점유율이 4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국영 완성차 기업인 창안과 둥펑차가 합병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도 나온다. 두 기업이 합병하면 세계 완성차 업체 중 판매량 6위인 스텔란티스를 바짝 쫓게 된다. 지난해 기준 판매량 10위 내에 입성한 중국 업체는 비야디(BYD)가 유일하다.
11일 콰이커지(快科技) 등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승용차협회(CPCA)의 추이둥수 비서장은 지난해 12월 중국 자동차가 전 세계에서 854만대 팔렸다고 발표했다. 2017년 12월 판매량이 정점을 찍었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산 자동차 판매량은 9060만대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4.7%를 차지했다. 2023년 33.8%와 비교하면 0.9%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완성차 중에서도 BYD, 체리, 창안, 지리 등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이 중에서도 BYD의 판매량은 지난해 382만대로 전년 대비 41.8% 늘어났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중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인 곳은 BYD가 유일했다. 체리차도 260만대로 전년 대비 38.4% 성장했다. 신에너지차(전기·하이브리드·수소차)의 판매량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분석했다.
전기와 하이브리드 등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자동차 업계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개발이 늦은 완성차 브랜드들은 전환에 고전하고 있다. 이들은 ‘합병’이라는 전략을 내세우며 상황 돌파에 나서고 있다. 결국 불발되긴 했지만, 일본의 닛산도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다와의 합병을 시도한 바 있다.
국영 완성차 업체인 ‘창안’과 ‘둥펑’은 전기차 분야 투자를 위해 합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두 회사는 각각 다른 국영 자동차 기업과 경영 통합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 모두 명확한 통합 대상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창안과 둥펑이 동시에 소식을 전해 합병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모두 전기차 전환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안차는 지난해 신에너지차 판매 비중이 18.6%였다. 둥펑차는 21.6%로 창안보다 다소 높았지만 모두 업계 평균인 31.6%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중 갈등이 외국 회사와의 합작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도 합병의 이유로 꼽힌다. 둥펑차는 현재 닛산과 혼다 등 외국 브랜드와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창안차는 포드와 마쓰다와 합작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은 중국차에 대한 공급망 통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중국 완성차 업체가 글로벌 10위 안에 입성한 세 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는 볼보, 폴스타를 가지고 있는 지리차가 진입했으며, BYD가 지난해 9위를 기록했다. 창안차는 지난해 약 268만대, 둥펑차는 약 248만대를 판매했다. 합병 시 글로벌 6위인 스텔란티스그룹의 532만대를 턱밑까지 쫓아오게 된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