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이 3주 만에 파기될 위기에 처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며 인질 석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내리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인질 석방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자지구에 지옥이 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의 가자지구 북부로의 귀환을 지연시키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고, 합의된 인도적 지원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별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이스라엘 인질 석방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9일부터 단계적 휴전에 돌입했다. 앞서 5차례에 걸쳐 이스라엘 인질 21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730여명을 교환했고, 오는 15일에도 이스라엘 인질 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명의 석방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마스가 현재 가자지구 내 억류하고 있는 인질은 73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는 이번 조치에 대해 ‘경고’라며 “이스라엘이 의무를 준수한다면 계획대로 교환이 진행될 수 있는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조치에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휴전 협정을 완전히 위반한 것”이라며 “군은 가자지구에서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하마스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약속된 시간인) 15일 정오까지 가자지구 내 인질을 모두 석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정이 취소되고 하마스에 지옥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이와 함께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중동 국가들의 동참을 재차 압박했다. 그는 “요르단과 이집트 등이 팔레스타인인 수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들 국가에 대한) 지원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1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며 일각에선 휴전 협정이 파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휴전 협상을 중재했던 이집트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협정 결렬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날 이스라엘을 공격하다 수감된 팔레스타인인의 형량에 따라 자금을 지원하던 법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법이 테러를 조장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에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트럼프에겐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