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사진) 국가안보실장은 11일 비상계엄 선포 8개월 전인 지난해 3월 말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상조치’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신 실장은 모임 후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그런 말씀을 안 하시도록 유의 깊게 대통령을 잘 모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이날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3월 말~4월 초 안가 만찬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신 실장은 “윤 대통령이 ‘정상적 정치 상황으로 가기 어려워졌다. 비상한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발언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런 취지 말씀이 있었다”고 답했다.
신 실장은 “윤 대통령이 다른 분들에게도 저런 말을 하면 오해를 사겠다 싶어 김용현에게 ‘좀 유의 깊게 대통령을 잘 모셔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대통령을 잘 모시는 길은 그런 말씀(비상조치)을 혹시라도 안 하시도록 하는 것이고, 그것이 부하 된 자의 도리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은 신 실장을 향해 ‘반중정서’에서 비롯된 음모론 수준의 질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중국이 한국에 얼마든지 선거 개입을 시도할 수 있지 않느냐” “국회 제1당 대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셰셰’(고맙다는 뜻의 중국말) 같은 친중 발언을 하면 중국이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냐” 등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신 실장은 “외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기밀유출, 사이버 전쟁 등 비군사적 수단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쟁 대응을 계엄 선포 배경 중 하나로 주장하고 있다.
차 변호사는 “(중국 기업) 텐센트가 JTBC 계열 기업에 1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아느냐” “중국 기업이 투자하면 우리나라 미디어 등이 여론전에 활용당할 가능성이 있어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지 않나” 등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신 실장은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성윤수 이형민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