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 성장 전망 1.6%로 낮췄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 관측

입력 2025-02-12 01:08
연합뉴스TV 제공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2.0%에서 1.6%로 0.4%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국내 정국 불안과 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통상 환경이 악화되며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경기 둔화를 경고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보다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보강에 방점을 찍었다. 추경을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을 강조해 온 정치권 및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거리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KDI는 11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에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올해 우리 경제는 내수와 수출 모두 낮은 증가세에 그치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전망치는 정부(1.8%)와 한은(1.6~1.7% 예고),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1.7%)나 국제통화기금(2.0%) 등보다 낮거나 같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다수 기관에서 1%대 중후반 성장을 예상한다는 점에도 올해 경기가 기존보다 둔화 국면인 점은 틀림없다”며 “잠재성장률도 이미 1%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DI는 탄핵 정국과 트럼프발(發) 통상 환경 악화가 소비·수출의 동반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먼저 내수는 “경기 상황에 비해 높은 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이 더해지면서 부진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수출도 “반도체 호조세에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급등하고 있다”고 했다.

대내외 악재가 심화되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전망치(1.6%)에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이번 전망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10% 보편관세 부과만 반영하고, 철강 및 상호관세 영향은 제외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통상 갈등이 더 격화되거나 정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 전망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DI는 경기 보강을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실장은 “경기 상황에 비해 (현재는) 여전히 고금리”라며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적어도 2~3차례 내리는 것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경 편성에 대해 “올해 1%대 중후반 성장을 경기 침체로 판단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대량실업이나 경기침체 등 추경의 법적 요건이 갖춰졌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추경에 대한 정치권 등의 움직임과 대비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산업경쟁력 강화와 내수 회복에 초점을 맞춘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고, 앞서 이 총재도 “재정적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지난달 한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시사됐기 때문에 그 부분(금리)이 조정된다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