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의 진짜 표적은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철강 관세 포고문에도 중국의 과잉 생산을 지적하는 대목이 나온다. 트럼프의 관세가 표면적으로는 전 세계 철강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속내는 세계 철강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철강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은 주로 미국의 동맹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그 핵심은 그의 오랜 숙적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과잉 생산을 통해 세계 철강·알루미늄 시장을 장악하면서 미국 국내 철강산업이 흔들리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25% 관세를 선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는 포고문에서도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최근 급증해 지난해 11월까지 1억1400만t을 초과했다”며 “이는 다른 국가들의 철강 생산을 위축시키고 이들 국가가 더 많은 철강 제품 및 파생 철강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대미 철강 수출 상위 5개국은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한국, 독일이다.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미국이 이미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최대 25%까지 인상함에 따라 현재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 제품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트럼프가 이런 상황에서 모든 철강에 25% 관세 부과를 선언한 것은 중국산 저가 철강을 수입하는 캐나다·멕시코 등이 자국에선 중국산을 쓰면서 더 비싼 자국 철강은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저가 철강 수출 증가가 미국의 철강 생산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미국철강노동조합(UAW)의 마이클 베셀 고문은 “중국의 과잉 생산 능력은 세계 시장을 흔들고 미국의 생산자와 노동자를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 사업 부흥으로 자국 내 철강 수요가 많았던 중국은 주택 시장이 급격히 부진해지면서 건설 사업이 중단되고 철강 수요도 급감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해외로 저가에 철강을 수출했고, 전 세계 철강 가격이 하락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로 미국 철강의 본거지인 펜실베이니아주는 타격을 입었다.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둔 US스틸의 일본 매각에 미국 정치권이 반대한 것도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도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 뒤 한국·호주 등에 대해선 쿼터제를 도입해 관세를 면제했지만, 대중국 관세는 그대로 유지한 바 있다. NYT는 “이런 무역보호정책은 미국 철강산업이 지난 6년간 생산 능력을 5분의 1 정도 늘리게 했고, 현대식 제철소를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의 대미 철강 직접 수출은 수십만t에 불과해 추가 관세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다만 미국의 전면적 관세 인상은 미국 시장 외 국제 시장에 공급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고 중국 철강 제품과 일정한 경쟁 관계를 만들 것”이라며 간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