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8)양이 살해당한 사건은 우울증을 앓고 있던 교사가 벌인 이른바 ‘묻지마 범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범행을 저지른 40대 여교사 A씨는 김양을 살해한 동기로 “어떤 아이든 같이 죽을 생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범행 후 병원에서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휴직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복직 사흘 후부터 짜증이 났다”며 “교감선생님이 수업을 못 들어가게 했다”고 말했다.
범행 당일 오후시간대 학교 인근 상점에서 흉기를 사서 교내로 들어온 A씨는 시청각실 밖에서 돌봄교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와 같이 죽을 생각으로 범행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맨 마지막으로 나오는 아이에게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로 들어오게 해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렀다”고 범행 방법을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김양에 대해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것을 보니 평소 알던 사이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목 부위 봉합 수술을 마친 A씨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건강을 회복 중이지만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어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전날 오후 5시15분쯤 “딸이 없어졌다”는 김양 어머니의 신고를 접수하고 16차례 위치 추적 후 인근 아파트와 공원, 놀이터 등을 수색했지만 김양을 발견하지 못했다.
범행 장소인 이 학교의 2층 시청각실 창고는 외부에서 언뜻 봐선 내부가 보이지 않는 곳이어서, 애초 학교 측은 교내에 김양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홀로 2층을 둘러보던 김양의 할머니는 시청각실 안 창고로 들어갔고 우연히 A씨를 만났다. 시청각실 구석의 작고 어두컴컴한 창고 문을 열었더니 김양 할머니 눈에 A씨가 쓰러져 있었고 그의 몸에 피가 묻어 있었으며 그 뒤에 김양과 김양 가방이 보였다고 한다.
이때 김양 할머니가 아이를 봤냐고 묻자 A씨는 “없어요. 나는 몰라요”라고 답했다. 피를 본 할머니는 뭔가 크게 잘못됐다고 느꼈고, A씨가 놀라지 않도록 침착하게 뒤로 물러나 밖으로 나간 후 가족에게 김양을 찾았다고 전화했다.
그런데 할머니가 전화하는 사이에 A씨가 안에서 창고 문을 잠갔고, 함께 도착한 경찰이 창고 문을 부순 후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할머니와 A씨가 나눈 대화는 김양 어머니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녹음됐다. 김양 휴대전화에는 부모 보호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어 실시간으로 휴대전화 주위에 있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창고 문을 부수고 먼저 안으로 들어간 경찰은 김양 가족에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상태가 참혹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경찰이 A씨를 범행 현장에서 김양 가족과 분리했다.
대전=김성준 기자 ks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