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황제’ 이승훈(알펜시아)이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후배들과 함께 값진 은메달을 합작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대회 통산 9번째 메달을 수집한 이승훈은 역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한국 선수가 됐다.
이승훈은 11일(한국시간)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에 정재원(의정부시청), 박상언(한국체대)과 함께 출전해 3분47초99의 기록으로 중국(3분45초94)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승훈은 이번 은메달로 한국 선수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획득 신기록(금7·은2)을 달성했다. 종전까지는 쇼트트랙의 김동성(금3·은3·동2)과 최다 타이를 이뤘다.
이승훈은 올림픽 4회, 아시안게임 3회 출전에 빛나는 빙속 남자 장거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얻었다.
1988년생인 이승훈은 이번 대회를 아시안게임 고별전으로 삼았다. 메달 색을 떠나 입상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지난 9일 남자 5000m에선 간발의 차로 4위에 그쳐 입상에 실패했다.
후배들과 함께 뛰는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길 기회가 찾아왔다. 세 명의 선수가 400m 트랙 8바퀴를 도는 팀 추월은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으로 순위를 매긴다. 가장 뒤에서 후배들을 밀어주며 레이스를 펼치던 이승훈은 경기 막바지 매섭게 속도를 올리며 빙판을 은빛으로 물들였다. 그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국제종합대회에서 은퇴할 계획이다.
앞서 열린 남녀 1000m에서도 스피드 대표팀의 메달 행진은 이어졌다. 남자 단거리 간판 차민규(동두천시청)는 이날 남자 1000m에서 1분9초63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전날 김준호(강원도청), 조상혁(스포츠토토)과 나선 남자 팀 스프린트에 이어 대회 두 번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스피드의 ‘샛별’ 이나현(한국체대)은 대회 1000m에서 동메달(1분16초39)을 추가해 네 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김민선(의정부시청), 김민지(화성시청)와 함께 여자 팀 스프린트 정상에 올랐던 그는 신규 종목 100m와 500m에 각각 금, 은메달을 손에 쥐었다.
박지우(강원도청), 김윤지(동두천시청), 정유나(한국체대)는 여자 팀 추월에서 3분10초47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