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하며 각자의 경력을 쌓고 둘만의 삶을 꿈꿨던 우리 부부의 모습은 많은 요즘 부부들과 닮아 있었습니다. 아이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거라 믿던 제게 “당신 닮은 아이를 만나보고 싶다”는 아내의 한마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늦은 나이에 아빠가 되는 두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주시면 감사, 안 주시면 더 감사’라며 교만하게 기도하던 제게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습니다.
임신기간 동안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며 좋은 아버지, 남편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이런 제게 하나님은 야고보서 1장 6절 말씀으로 위로해 주셨습니다. “오직 믿음으로 구하고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 의심하는 자는 마치 바람에 밀려 요동하는 바다 물결 같으니.” 이 말씀을 붙들고 저희 부부는 담대하게 임신 기간을 보냈습니다.
드디어 아들을 품에 안았을 때 모든 걱정과 불안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전의 미온적이었던 제 태도가 부끄러워질 만큼 아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축복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주변에 육아의 기쁨을 전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저는 지난 10월부터 육아휴직 중입니다. 아직도 남성의 육아휴직이 낯선 우리 사회에서 회사 대표님은 먼저 나서서 “육아는 한 사람의 삶을 만드는 가장 귀하고 복된 일”이라며 휴직을 권유해 주셨습니다. 이런 깊은 이해와 배려가 한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도 든든한 울타리가 돼줬습니다. 예배 중 뛰어다니는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신 어르신들, 점심시간에 우리 부부가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기꺼이 아이를 맡아주려는 성도님들의 사랑 덕분에 육아는 부담이 아닌 기쁨이 됐습니다. 이런 따뜻한 사랑과 지지 속에서 우리 부부는 이제 둘째를 기다리는 축복 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와닿습니다. 육아는 부모만의 책임이 아니라 공동체의 관심과 사랑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경험하며 깨달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변에는 많은 젊은 부모들이 육아의 기쁨과 어려움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싶습니다. 한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우리가 모두 그 소중한 여정에 동행하는 이웃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추정헌 최수현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