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4년 전 국회 상임위원회의 법안 심의 과정에서도 “헌법 원칙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의 부당행위 시 국민투표를 통해 임기 만료 전 파면할 수 있는 제도다. 22대 국회에서만 11일 현재 국민소환제와 관련한 4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7건의 법안이 발의됐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국민소환제 법안들에 대해 2020년 9월 작성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는 “국민소환제 도입의 합헌성이 문제 될 수 있다”고 명기됐다. 보고서는 “국민소환제도는 헌법에서 규정한 대의제, 특히 자유 위임의 원칙과 정면충돌할 수 있고 우회적인 신임투표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대표자에 대한 신임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우리 헌법에서 대표자의 선출과 그에 대한 신임은 단지 선거의 형태로써 이뤄져야 한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해당 결정문을 소개하며 국민소환제가 국회의원에 대한 신임투표처럼 변질될 경우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민주당은 국민소환제가 국회 입법만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지만 헌법학계와 여권에서는 “개헌 언급을 피하는 이 대표가 개헌 사안인 국민소환제를 제안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우리 헌법은 대의제를 기본으로 하며 직접민주주의는 국민투표 등 아주 예외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다”며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려면 헌법 역시 개정해야만 한다는 게 헌법학계 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국민소환제가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무력화할 수 있으며, 정적 제거 등 다른 목적으로 남용될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대표 제안에 대해 “극성 지지자들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현 정부 국무위원에게 보여준 ‘릴레이 탄핵’이 상대 당 국회의원으로까지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또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영국 외에는 민주주의가 성숙한 국가로 평가받는 나라들에서 국민소환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내각제를 많이 채택하고 있는 유럽이나 하원 임기가 2년에 불과한 미국 등과 우리 정치제도 자체가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담은 법률안은 17대 국회 시절인 2006년 김재윤 열린우리당 의원이 처음 발의했다. 이후 지난 21대까지 15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2017년 황영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제외하면 국민소환제 법안은 모두 현 야권 쪽에서 발의했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