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관세 폭격을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 무역 상대국과 관세율을 맞추는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 등도 줄줄이 예고돼 있어 관세전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음 달 12일부터 발효되는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한국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따라서 한국이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에 적용받던 기존 면세 쿼터는 폐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단순화한다. 예외나 면제 없이 25%를 적용한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포고문에 서명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포고문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2018년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일부 예외를 적용했던 한국 등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트럼프는 포고문에서 한국·아르헨티나·호주·브라질·캐나다·멕시코·유럽연합(EU)·일본·영국 등 집권 1기 때 25% 관세 예외를 적용했던 국가들을 열거하면서 이들 국가와의 합의가 국가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등과의 관세 예외 합의는 3월 12일 0시1분부터 효력을 상실하며 같은 시각부터 새롭게 발표한 방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인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했으나 한국 등 파트너 국가와는 협상을 통해 예외를 허용했다. 한국은 그동안 쿼터제를 통해 263만t의 철강에 대해선 관세를 면제받아 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번 발표에 따라 다음 달 12일부터는 철강·알루미늄 수출 물량에 일괄적으로 25%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철강 등 원자재에 대한 관세는 다른 제조업 등에 연쇄적인 가격 인상을 일으키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고문은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2.0은 외국의 덤핑을 종식시키고 국내 생산을 촉진하며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의 중추인 철강·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예외나 면제 없이 적용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통화한 뒤엔 호주에 대해선 일부 관세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호주가 몇 안 되는 미국의 무역 흑자 상대국”이라며 “우리가 이 점을 크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관세전쟁은 더욱 확전될 전망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도 트럼프의 관세 폭격 사정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