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에서 학생 살해한 교사…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입력 2025-02-12 01:30
11일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숨진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학생안전보호실 앞에 한 사람이 서성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8살 학생을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학생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교사에 의해 저질러진 범행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물론 국민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가해자 교사 개인이나, 특정 학교의 문제로 바라볼 게 아니라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살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생을 살해하고 자해를 시도한 여교사는 범행 당일인 10일 오후 외부에서 흉기를 사서 들어온 뒤 돌봄교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와 같이 죽을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가해 교사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고 몇 차례 병가를 썼다. 지난해 12월 9일에도 6개월 예정으로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가 연말에 돌연 복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교육청은 휴직 이유인 정신질환 치료가 완료되었는지, 교사가 복직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하지 않고 20여일 만에 복직을 허용했다. 복직한 가해 교사는 지난 6일에도 학교에서 난동을 부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웅크리고 앉아 있는 가해 교사에게 동료 교사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 교사의 팔을 꺾는 행동을 했고 동료 교사들과 학교 측은 가해 교사에 휴직을 권고했다. 교육청에도 가해 교사의 폭력적인 성향과 행동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교육청은 같은 병력으로 추가 휴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만 학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의 휴직·복직 관련 예규와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상 질병 휴직 중인 교원의 복직 여부는 해당 교사가 제출한 병원 진단서 소견에 따른다.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없다는 의사 판단만 있으면 복직이 가능한 것이다. 학교가 요청한 휴직 연장이 무산된 것도 ‘같은 사유로는 질병 휴직을 연장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으로 파악됐다. 그렇지만 규정을 따랐다고 해서 교원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학교 현장의 판단은 도외시한 채 규정에만 의존한다면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교원들에 대한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자칫 이런 대책이 당사자들로 하여금 치료를 꺼리게 할 소지도 있는 만큼 정교한 대안이 필요하다. 당국은 안전한 학교 만들기가 어떤 이유로도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명심하고 최우선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