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한국산 차 포함 가능성… 타격 우려하는 업체들, 상황 주시

입력 2025-02-12 02: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이 자동차 업계로 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국내 핵심 산업인 자동차 수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조만간 자동차산업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율 수준에 맞춰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매기는 것을 뜻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 중 미국에 관세 등 불리한 교역 조건을 적용하는 국가와 공평한 교역을 위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무역적자, 특정 품목의 불균형 교역 등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특히 자동차산업과 관련해선 지난 7일 “우리가 자동차를 공급하지 않는데도 우리에게 파는 경우가 있다”며 “이걸 동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직 구체적인 관세 부과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만 부과하는데,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며 지적해 왔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도 있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가 없지만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규모는 347억 달러(약 50조4399억원)에 달하는데, 미국산 자동차 수입 규모는 21억 달러(3조513억원)에 그쳤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한다면 자동차산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70만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는데, 이 중 한국에서 수출한 물량이 100만대에 달한다. GM 한국사업장은 지난해 47만4735대를 수출하는 등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다.

다만 현대차는 수년간 미국 현지 신공장을 건설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펴왔기에 주요 완성차 업체보다 피해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미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미국 판매량의 60~70%를 현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며 “향후 한·미 관세 협상이 진행된다면 국내 경기, 부품업체 생존, 고용 및 미국 시장 경쟁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