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우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입력 2025-02-13 03:07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바라시는 복음의 삶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오늘 본문엔 단순한 명령을 넘어 그러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 그 복음의 원리가 등장합니다.

예수님은 “다른 이들을 실족하게 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실족은 단순히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복음에서 멀어지게 하는 행동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율법적 행위나 특정한 규칙, 나만의 방식으로 변질되면 이는 곧 다른 이들을 실족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복음은 우리의 시선을 사람에게로 향하게 하고, 사람에게는 아무런 능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은 복음 하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다짐한 자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복음을 지키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떠안을 수 있는 자들입니다.

예수님은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죄를 짓고 회개하는 형제들을 향하여 끝까지 용서하라 말씀하십니다. 완전한 용서를 요구하십니다. 그러나 인간에겐 용서할 수 없는 본성이 남아 있습니다.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태도는 완벽한 용서의 성취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용서를 통해 우리의 죄와 한계를 인정하고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용서를 깨닫길 바라십니다. 우리는 받은 은혜로 죄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또 예수님은 “믿음을 구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실족하지 않고 용서하기 위해 믿음을 더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금 가진 믿음이 부족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믿음의 크기를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이미 허락된 믿음의 능력을 말씀하십니다. 나 같은 죄인을 구원해 주신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믿음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있고 없음의 문제입니다. 나의 능력을 믿는 건 믿음이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을 신뢰할 때 믿음을 얻게 됩니다.

종은 주인을 섬기기 위해 고용된 자입니다. 종은 주인에게 종속될 때에만 쓸모 있는 존재가 됩니다. 그렇다면 주인이 원하시는 일을 행하는 것이 내가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한 것일까요. 주인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 살피는 것이 대단한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을 섬기는 건 종의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선 그 마땅한 일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십니다.

내가 무언가 했다고 주인 앞에서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자랑할 수 없습니다. 쓸모없는 종이 하는 일은 쓸모없는 일일 뿐입니다. 모든 일을 직접 행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다만 하나님께선 종인 우리를 자녀로 그 일에 동참시키십니다. 직접 이루실 일에 사랑하는 자녀가 참여해 열매와 기쁨을 맛보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쁨을 보시며 함께 기뻐하십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핵심은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같은 사명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입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그럴듯한 결과가 아니라 관계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겐 지켜야 할 수많은 명령이 있습니다. 그것만을 이루는 삶은 지치고 넘어질 뿐입니다. 이때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는 누구인가’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사랑 받을 자격 없는 나를 끝까지 사랑해주시는 하나님을 알게 됩니다. 그 발견이 우리를 살아가게 할 것입니다.

김경식 대전 제이교회 목사

◇대전 제이교회는 2021년 12월 28일 인천제2교회의 기도와 후원으로 설립됐습니다. ‘제이의 서재’라는 이름으로 이웃과 소통하며 지역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나아가는 작은 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