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사건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측에 ‘여야 합의’에 대해 집중 질문을 던졌다. 김형두 재판관은 여당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던 공문을 놓고 “여야 합의가 안 됐다면 공문을 보내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우 의장이 국회 의결 없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자 국회 측은 헌재가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다고 본다면 관련 절차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헌재는 10일 우 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변론을 재개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3일 사건 선고를 2시간 앞두고 선고를 연기했다. 최 대행 측이 제출한 변론 재개 신청서를 받아들인 것이다.
양측은 권한쟁의심판의 청구인 자격을 규정하는 법률이 별도로 없다는 점은 동의했다. 하지만 국회 측은 “국회 권한 행사 보장과 의장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대행 측은 다수결 원칙에 의한 의사 진행을 강조하며 “심판 청구에 앞서 국회 의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섰다.
김 재판관은 최 대행 측에 “민사소송 중 형식적 원고는 대한민국이지만 실질적 원고는 국회인 사건에서 국회 의결 없이 소송이 제기돼 법원 판결까지 정상적으로 선고된 사례가 다수 있다”며 “선례들과 이번 청구가 무었이 다르냐. 같은 것 아니냐”고 했다. 최 대행 측은 “사건 당사자가 국가로 표시된 것과 국회 명의로 국회의장이 청구하는 건 차이가 있다”며 “민사·행정법상 권리와 헌법상 권한 침해의 차이도 있다”고 답했다.
국회 측은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면 관련 절차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의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냐”고 물었고 국회 측은 “여야가 협의해야 할 문제라 말하기 어렵지만 2주 이상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국회 측 대리인 양홍석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보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면 국회에서 재의결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하자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재판관은 국회 측이 제출한 공문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국회 측은 지난 8일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 11일 우 의장에게 보낸 공문을 증거로 냈다. ‘헌재 재판관(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선출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 선임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에는 정점식 의원 등을 위원으로 선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대표의원 직인도 찍혀 있다.
김 재판관은 여야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이 같은 공문 제출이 가능한지 의문을 표했다. 김 재판관은 “(후보자) 세 사람을 국민의힘에서 기재하고 공문까지 보냈는데 당시 국민의힘도 합의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최 대행 측은 “헌재소장 임명 동의에 관해 야당의 협조를 얻기로 합의했었는데 야당에서 부인해 국민의힘이 합의가 무효가 됐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 향후 양측에 통지하기로 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