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르누아르… 메이저사 경매 시작

입력 2025-02-12 00:12
지난해 10개 미술품 경매사의 매출은 약 1151억원으로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양대 미술품 경매사들이 오는 18~19일 차례로 새해 첫 메이저 경매에 나선다. 올해 미술시장 방향타를 잡을 수 있는 시금석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옥션 경매에 나오는 ‘대동여지도 신유본’(1961). 서울옥션 제공

서울옥션은 18일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하는 2월 경매에 고미술품과 근현대미술품 등 130점, 64억원어치(낮은 추정가 기준)를 내놓는다. 핵심은 조선후기 지도학자 김정호의 목판 지도인 ‘대동여지도’의 낙찰 여부다. 경매 물품은 대동여지도가 처음 간행된 1861년(신유년) 제작된 신유본이다. 원래 휴대와 열람이 편리하도록 큰 종이를 여러 장으로 나눠 접을 수 있게 만든 분첩절첩식의 22첩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전해지는 과정에서 3첩의 병풍 형태로 변형됐다. 현전하는 대동여지도 판본은 국내외 약 35점이 있다. 이중 신유본 완질본은 국내에 약 7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매 추정가는 3억2000만∼10억원이다.

현대미술로는 백남준의 로봇 시리즈 중 1994년 작 ‘해커 뉴비’(1억3000만∼2억5000만원)가 눈길을 끈다. 이당 김은호의 ‘신선도’, 이인성의 동양화 ‘산수인물도’ 등 근대 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나온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10일 “지난해의 경우 2020~23년까지 신규 유입됐던 MZ세대 컬렉터들의 활동이 줄었고, 5억원 이상의 고가 작품들의 낙찰 비중이 과거 대비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면서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는 5억~10억원이상 초고가 작품보다 합리적인 접근이 가능한 작품들과 현대미술 시장 침체기에 역으로 주목도가 올라가는 고미술작품 군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케이옥션 경매에 나오는 르누아르의 ‘딸기가 있는 정물’(캔버스에 유채, 23.5×50.2㎝, 1905년 경). 케이옥션 제공

케이옥션은 서양 근대 거장 작품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하는 경매에는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1841∼1919)의 작품 등 101점, 86억원어치가 낙찰을 기다린다. 케이옥션 측은 르누아르의 정물화 ‘딸기가 있는 정물’(1905년 경, 50.2×23.5㎝)에 대해 “작가의 후기 작품 특성을 잘 담고 있고, 짧고 즉흥적인 붓 터치를 활용해 정적인 정물임에도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경매 시작가는 10억원.

영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프랭크 보울링 작품(3억∼5억원)이 국내 경매에 처음으로 나오고,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가 봉투 위에 색연필로 그린 작품 ‘드럼치는 소녀’(2억5000∼3억원)도 나왔다. 이들 작가는 런던(나라 요시토모), 홍콩(르누아르) 등지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시장의 변함없는 블루칩인 단색화 및 추상미술 이우환·박서보·김환기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