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잘 활용하면 한국 GDP 최대 12.6% 증가”

입력 2025-02-11 01:21

인공지능(AI) 도입이 한국의 생산성을 최대 3.2%, 경제성장률을 최대 12.6%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AI를 잘 활용하면 노동인구 감소로 인한 한국 경제의 생산성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0일 ‘AI와 한국경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AI 도입이 한국 경제 생산성(총요소생산성)을 1.1~3.2%, 국내총생산(GDP)을 4.2~12.6%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과 공동으로 연구해 작성한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입은 노동 대체와 노동 보완,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 3가지 경로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AI 도입으로 노동 대체와 노동 보완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시나리오 1), 노동 대체와 생산성 향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시나리오 2), 노동 대체와 노동 보완, 생산성 향상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시나리오 3)로 나눠 그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AI 도입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 시나리오 1에선 생산성과 GDP가 각각 1.1%, 8.4% 늘었다. 시나리오 2에선 2.1%, 4.2%, 시나리오 3에선 3.2%, 12.6% 증가했다.


연구진은 AI 도입이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 구조 변화라는 변수만 고려했을 때 노동 공급 감소가 GDP를 16.5% 깎아내릴 것으로 추정되는데, AI 도입으로 감소 폭이 5.9%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다만 AI의 생산성 증대 효과는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 두드러져 이로 인해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심화될 우려도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이번 보고서에서 AI 노출·보완 정도를 바탕으로 AI 도입에 따른 노동시장 영향도 함께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노출도가 높고 보완도가 낮은 직업은 AI가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근로자의 낮은 임금과 실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노출도와 보완도가 모두 높은 직업은 AI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중 27%는 ‘높은 노출도·낮은 보완도’ 그룹에, 24%는 ‘높은 노출도·높은 보완도’ 그룹에 속했다. 통신 관련 판매직, 비서 및 사무 보조원 등의 사무직 관련 일자리는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반면 판사, 의사 등의 직무는 AI 노출도가 높더라도 인간이 수행할 가능성이 큰 직군으로 꼽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대체 위험이 많은 직업군에서 적은 직업군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과거 데이터를 봤을 때 취약한 일자리에서 혜택을 받는 일자리로 이동하는 비율이 30% 수준인데, 이 숫자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