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 피고인들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군 지휘부의 신문조서 내용과 탄핵심판에서 한 증언이 다르다며 증거로 채택해선 안 된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헌법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고, 성질도 다르다”며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일축했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이에 따라 피의자 신문조서 등도 변호인 입회하에 진술이 이뤄지고 본인이 서명하는 등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된다면 헌재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윤 대통령 측은 2020년 개정된 형소법이 ‘법원 형사재판에서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려면 피고인이 조서 내용에 동의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을 새롭게 근거로 들고 있다.
윤 대통령 측 주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유사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은 “강일원 재판관이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수사기관 조서에 증거 적법성을 부여했다. 위헌적 재판 진행”이라며 기피신청을 냈지만 곧바로 각하됐다. 이날 천 공보관은 ’형소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2017년의 선례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의 조서 채택 문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을 거치며 확립된 원칙인데도 윤 대통령 측이 공정성 논란을 키우기 위해 ‘트집 잡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탄핵심판은 형소법을 준용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징계 절차라는 본질을 외면한 주장이란 비판도 있다.
헌재 헌법연구부장 출신 김승대 전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헌재가 연구를 거쳐 내린 결론은 ‘탄핵심판은 특수한 헌법재판 절차’라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때도 절차를 형사재판처럼 해 달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결과는 전원일치 탄핵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하루 3명씩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초시계까지 동원해 신문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는 등 문제를 지속 제기하고 있다. 재판부 직권 판단 사항인 절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태도가 탄핵심판 결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구속취소 사건 심문을 오는 20일 오전 10시 진행한다. 첫 공판준비기일과 구속취소 심문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형민 양한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