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회복과 성장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새로운 비전으로 ‘잘사니즘’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주4일 근무제’ ‘정년연장’ 등의 정책 카드도 꺼냈다. 야권 유력 주자로서 조기 대선에 대비해 분배 정책에 가까운 ‘기본사회’와 ‘성장론’을 결합한 내용의 집권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 살리는데 이념이 무슨 소용이냐. 민생 살리는데 색깔이 무슨 의미냐. 진보정책이든 보수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지난해 7월 내놓은 ‘먹사니즘’의 확장판 성격인 잘사니즘은 이 대표식 실용주의 정책과 이념을 압축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먹사니즘을 통한 민생 문제 해결을 강조한 건 계엄 이전 상황”이라며 “계엄 이후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뜻으로 대표가 직접 고심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한번 해보자”며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 논의도 여당에 촉구했다. 또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경도 제안했다. 이 대표는 “회복과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민생경제를 살릴 응급처방”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30조원 중 10조원은 민생회복지원금으로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던 ‘기본사회’도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이 대표는 “초과학기술 신문명이 불러올 사회적 위기를 보편적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한다”며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약 42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이 대표는 ‘성장’을 29번이나 언급했다. ‘AI’(17번) ‘경제’(15번)도 자주 언급됐다.
김판 송경모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