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트럭 분야에서 ‘제2의 테슬라’가 되겠다던 미국의 수소트럭 제조업체 ‘니콜라’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현지에서 각광받던 니콜라의 몰락에 현대차가 현지 수소트럭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유리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10일 뉴욕 주식시장에 따르면 니콜라의 주가는 지난 7일(현지시간) 41.15%나 급락했다. 주당 44.31센트까지 하락한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니콜라가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이며, 매각이나 구조조정 등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콜라의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사기 기업’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니콜라는 2020년 테슬라에 도전할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으며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6월 4일 상장 첫날 종가가 33.75달러로, 공모가 22달러 대비 53.4% 급등해 주목받았다. 5일 뒤에는 93.99달러로 급등해 당시 시가총액 288억 달러였던 포드를 앞지르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니콜라의 기술력에 대한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2020년 9월 공매도 투자사이자 리서치기관인 힌덴버그가 니콜라의 홍보 동영상에 나온 수소 트럭이 실제로 내리막 도로에서 굴러가는 장면이라고 폭로하는 보고서를 공개하며 회사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국 증권 당국과 사법당국은 조사에 착수했고, 트레벌 밀턴 니콜라 창업자는 2023년 완성되지 않은 기술로 투자를 유치한 사기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니콜라는 지난해 12월부터 운영 자금 마련에 나섰으나 상황은 꾸준히 나빠졌다. 3억 달러 규모 부채와 지분 조달 시도에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톰 오크레이 니콜라 최고재무책임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2025년 1분기까지 예상 운영 비용을 충당하고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이후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 수소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현대차그룹의 주도권이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미래 먹거리로 전기차와 수소차를 꼽는다. 특히 수소 벨류체인 사업 ‘HTWO’ 활성화를 위해 2033년까지 5조7000억원을 쏟아붓는다.
현대차는 수소트럭 생태계 확장을 위해 제네럴모터스(GM), 하이드로플릿 등과 손잡고 있다. 최근 하이드로플릿은 조지아주 플러 카운티에 수소 충전소를 만들기 위해 3300만 달러(약 481억 원)를 투자했다. 현대차는 같은 주에 있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수소트럭 엑시언트 21대를 배치했다.
현대차는 GM과 지난해 9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여기에는 전기차와 함께 수소연료전지차(FCEV) 플랫폼 공동 개발과 충전소 확대 및 수소 저장 기술 표준화가 포함됐다. GM은 지난해 3월 미국 에너지부(DOE) 지원을 받아 중형 수소 픽업트럭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