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열풍에 올라탄 K게임… 짧고 가벼운 플레이로 승부

입력 2025-02-12 00:00
국내 게임사가 내놓은 ‘숏폼 게임’. 왼쪽 상단은 갓앤데몬(컴투스), 아래는 킹 오브 파이터 AFK(넷마블). 오른쪽은 발할라 서바이벌(라이온하트). 게임사 제공

게임도 숏폼(Short-form)이 대세다. 10분 안팎에 승부가 결정되는 가벼운 휴대폰 게임 이용자가 늘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가 1분 안팎의 짧은 영상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게임사도 비교적 무거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비중을 줄이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방치형·수집형 게임을 내놓고 있다.

숏폼은 15초에서 1분 이내로 구성된 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다. 중국의 영상 플랫폼 틱톡이 원조다. 2017년 11월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도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숏폼 영상을 집중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만 15~59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셜미디어·숏폼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 사람은 82.7%로 전년 대비 13.8%P 증가했다. 2022년(56.5%)과 비교하면 26.2%P 늘었다.

숏폼 영상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게임에서도 길고 지루한 것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게임업계도 여기에 맞춰 방치형·수집형 장르가 포함된 숏폼 게임 제작에 착수했다. 숏폼 게임은 개발 비용은 적지만 수입이 짭짤하다. 스낵 컬처에 익숙한 10·20세대 게이머를 끌어들일 수 있어 게임사에 매력적인 선택지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숏폼 게임의 인기는 짧고 가벼운 스낵 컬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잠깐 이동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 틈틈이 보고 플레이할 수 있는 방치형 게임이 편의성을 앞세워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고 전했다.

국내 게임사의 올해 라인업도 숏폼 게임 중심이다. 지난 달에만 컴투스의 ‘갓앤데몬(15일)’, 위메이드커넥트의 ‘로스트 소드(16일)’,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발할라 서바이벌(21일)’이 잇따라 출시됐다. 컴투스는 자사의 대표 지식재산권(IP) ‘서머너즈 워’를 활용한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서머너즈 워: 러쉬’도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로 흥행에 성공한 넷마블도 ‘킹 오브 파이터 AFK’로 방치형 게임 시장을 다시 한번 공략한다.

크래프톤은 게임에 머물지 않고 아예 숏폼 영상 플랫폼에 투자했다. 지난해 9월 글로벌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운영하는 스푼랩스에 12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 당시 크래프톤은 스푼랩스의 안정적인 플랫폼 기술력과 글로벌 서비스 성공 경험을 높이 평가해 비주력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로 투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숏폼 콘텐츠 업계와 게임사는 영상을 활용한 마케팅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가 크진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중요한 IP 홀더가 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면서 “인기 있는 숏폼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게임화를 충분히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