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미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을 경기장에서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에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올리언스 시저스 슈퍼돔을 찾아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제59회 슈퍼볼을 지켜봤다. 그는 경기 시작을 앞두고 지난달 1일 프렌치쿼터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 피해자와 구급대원을 만나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이때 경기장 관중석에서 환호와 야유가 함께 쏟아졌다. 하지만 경기장 대형 화면에는 필라델피아 선수들만이 등장해 당시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를 인식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후 국가가 연주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일어나 경례하는 모습이 장내 대형 화면에 상영됐고, 관중석에서 큰 환호성이 터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NFL 최대의 볼거리인 슈퍼볼을 ‘트럼프 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VIP석에서 장녀 이방카, 차남 에릭 등 일가족과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등 측근들도 동석했다. 경기 도중 캔자스시티 쿼터백 패트릭 머홈스의 가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를 앞두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캔자스시티가 승리할 것”이라며 “머홈스는 승리하는 법을 아는 선수다. 그는 대단한 쿼터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필라델피아의 완승으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풋볼과 깊은 연을 맺었다. 고등학생 시절 선수로 활동했고 1980년대 초 NFL 팀 인수에 실패하자 하부 풋볼리그(USFL) 소속 뉴저지 제너럴스의 구단주를 맡아 NFL과의 합병을 시도했다. 집권 1기 때는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로 국민의례 때 ‘무릎 꿇기’ 시위를 벌인 NFL 선수의 퇴출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슈퍼볼을 기념한 성명에서 프로풋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풋볼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여기에는 좋은 이유가 있다. 가족과 친구, 팬들을 함께 모으고 지역사회를 강화해 국가적 연대 의식을 키운다”며 “이 연례 전통은 우리의 차이를 초월한다”고 말했다.
이날 하프타임 공연에서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래퍼 켄드릭 라마의 공연 중 한 남성이 경기장 중앙에 난입해 팔레스타인과 수단 깃발을 펼쳐 들었다. 깃발에는 ‘수단’과 ‘가자(Gaza)’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붙잡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를 모두 관전하지 않고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에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장에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내 질 여사가 손주와 함께 찾아왔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없었다. 질 여사는 필라델피아를 응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