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놓친 국가전력계획, 이번엔 반도체법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25-02-11 01:27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이르면 이달 중 국회 보고 절차를 마칠 전망이다. 지연 전술로 일관하던 야당이 정부의 조정안에 마침내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다. 다만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은 오는 19일 열리는 전체회의의 안건으로 반도체특별법·국가기간 전력망확충 특별법 등 47개 법안과 전기본 국회 보고 등을 검토하고 있다. 산자위는 이에 앞서 17일 소위원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한다.

전기본은 2년 주기로 수립하는 국가 최상위 전력 계획이다. 여기에는 향후 15년 동안의 전력 수급 전망과 이를 고려한 발전원, 송·배전망 확충 계획 등이 담긴다. 하지만 본래 지난해까지 수립해야 했던 11차 전기본은 해를 넘긴 지금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실질적으로 마지막 관문인 국회 상임위 보고가 야당의 ‘지연 전술’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본 수립이 늦어지면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야당의 입장을 일부 반영해 신규 대형 원전을 3기에서 2기로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린 조정안을 국회에 제시했다. 야당과의 별도 면담도 2차례 진행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본이) 확정되지 않고 올해로 넘어온 것 자체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더는 이상한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국회 보고에 대한 전향적인 분위기가 읽힌다.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심사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보고)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보고는 받되 당의 입장을 최대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야가 반도체특별법에 포함된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다. 여당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연구개발 인력은 주당 근로시간 제한에서 예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세제·재정지원 등 합의된 내용만 우선 통과시키고 근로시간 관련 내용은 계속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다 보니 양당이 17일 소위까지 의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전기본 확정이 수개월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소위 결과가 만족스러워야 전기본 보고를 안건에 넣기로 결정할 듯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