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간 CEO, 휴대폰 만들어 대박’… 현직 연구원 웹소설 한·일서 빅히트

입력 2025-02-11 02:48
네이버 웹소설 ‘상남자’ 작가인 김태궁 LG디스플레이 책임연구원이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마곡사이언스파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40대의 나이에 ‘한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샐러리맨 한유현.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성공 신화를 쌓았지만 동료로부터 비난받고 아내와도 결별한 그는 허무함에 시달리던 와중 신입사원이었던 20대의 자신으로 환생한다.

네이버 웹소설이자 동명의 웹툰 ‘상남자’ 얘기다. 이 작품은 LG디스플레이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메인 구동 칩을 개발하는 김태궁(41) 책임연구원이 썼다. 국내에서만 4100만회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일본에서 웹툰으로 월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히트작이다.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난 김 책임은 “경험담에 기반해 집필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에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았던 희망사항을 적지 않게 반영했다. 소설에서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은 라이벌 회사인 ‘일성전자’가 풀터치폰을 출시하고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하는 미래를 내다보고 이 제품들을 미리 만들어 대박을 터뜨린다. 출장 중 에어비앤비 창립 멤버를 만나 6조원 어치 지분 5%를 단돈 1만 달러에 사들이는가 하면, 사기를 당할 뻔한 친구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김 책임은 현실에서 비슷한 일(미래를 알고 직장에 다니는 것)이 발생하더라도 그 사람 혼자만으로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에 스마트폰이 유행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과거로 돌아가서 그런 말을 한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2000년대 당시에는 스마트폰의 전신인 휴대전화와 MP3가 너무 잘 팔리고 있어 정보기술(IT) 업계가 안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전하면 소설에서 신입사원으로 회귀의 계기가 된 대규모 구조조정 파도가 산업계를 다시 덮칠 수 있다는 우려에는 “해당 작업을 담당하던 인원들이 ‘잉여 인력’이 되지 않도록 그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주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책임은 본인의 전공인 OLED의 미래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요새는 가정집에 TV를 두지 않는 곳도 많다”고 우려하면서도 “현재 480Hz에 달하는 고주사율 OLED 모니터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는 것처럼 TV의 장점인 선명한 화질을 극대화한다면 OLED도 함께 뉴노멀 시대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책임은 “CEO가 되고 싶다던 주인공이 두 번째 삶에서는 모두와 함께 성장하는 삶을 꿈꿨던 것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기업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