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뉴노멀 제시한 CJ… K무비·K팝 생태계 구축

입력 2025-02-11 02:15
CJ는 영화 산업에 꾸준한 투자를 통해 제작 관행을 선진화하는 등 영화 산업 시스템 전반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기생충’, ‘설국열차’, ‘공동경비구역 JSA’ 등 한국 영화사에 이정표가 되는 작품으로 결실을 맺었다. 음악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스트릿우먼파이터’ 같은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CJ ENM 제공

‘공동경비구역 JSA’(2000), ‘설국열차’(2013), ‘국제시장’(2014), ‘베테랑’(2015), ‘기생충’(2019), ‘헤어질 결심’(2022)…. 국내외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한국영화 뒤엔 CJ그룹이 있었다. 영화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발굴하며 CJ는 한국영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CJ의 문화 사업은 영화에서 시작됐다. 1995년 CJ(제일제당)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던 스튜디오 드림웍스에 3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300억원)를 투자했다. 제일제당의 자산이 1조원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3억 달러는 과감한 투자였다. 제일제당 연간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드림웍스 투자 직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닥치면서 문화 사업은 기업들의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지만 CJ는 오히려 투자 저변을 확대하며 문화 산업 시스템을 마련했다. 1995년 한국 영화의 편당 제작비는 5억원, 연간 제작 편수는 63편에 불과했다. 그 무렵 할리우드의 평균 편당 제작비(160억원)와 비교하면 한국영화 시장은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대규모 자본 투자와 영세하고 낙후한 제작·배급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했다.

CJ ENM은 제작 관행 선진화를 실현했다. 주먹구구로 운영되던 업계에 제작·배급·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의 토대를 만들어 정산 투명성을 높였다. 142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은 표준근로계약서에 따라 제작해 성공한 첫 번째 블록버스터로 기록됐다.

한국영화는 전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CJ ENM이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영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기생충’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300여개 상을 수상했다.

CJ ENM의 음악 사업은 대표 음악채널 엠넷이 선보인 독보적인 콘텐츠, 글로벌 컨벤션 등을 통해 한국 음악산업과 함께 성장했다. 1999년 ‘엠넷 영상음악대상’으로 출발한 ‘마마 어워즈’는 K팝의 성장과 함께 꾸준히 진화했다.

한국 문화가 해외에서 일부 마니아층 중심으로 주목받던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CJ ENM은 종합 한류 페스티벌 ‘케이콘’을 선보였다. 집객 효과가 큰 K팝 공연에 K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컨벤션을 융합해 세계 최대의 K컬처 컨벤션 행사로 기획한 것이다.

나아가 CJ ENM은 음악 기반 지적재산(IP) 생태계 확장 시스템(MCS)을 구축했다. 2021년 자사 레이블인 스톤뮤직 엔터테인먼트와 원펙트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블루, 오프더레코드를 통합해 웨이크원을 출범시켰다. IP 기획력과 플랫폼, 매니지먼트 등의 역량을 강화하고 아티스트 발굴에도 발벗고 나섰다. ‘걸스플래닛999’를 통해 걸그룹 케플러를, ‘아이랜드’를 통해 보이그룹 엔하이픈을, ‘보이즈플래닛’을 통해 제로베이스원을 데뷔시켰다.

지난해 1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단행한 CJ ENM은 올해 그 규모를 1500억원 가량 늘릴 계획이다. 윤상현 CJ ENM 대표는 지난 연말 임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대외 환경에 위축되지 말고, 더 많이 더 잘 만들며, 더 적극적으로 성장 의지를 다져가야 한다”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2025년을 글로벌 확장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