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0일 국가인권위원회 내부로 들어가 한때 회의장으로 가는 길을 막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인권위가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을 담은 안건을 상정했는데, 진보 단체들이 회의를 저지할까 우려된다며 자신들이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또 취재진의 사상을 검증하겠다며 “이재명·김일성·시진핑 욕설을 해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런 소동 뒤 인권위는 탄핵심판 등에서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을 담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 위기 극복 대책 권고안’을 수정 의결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국가기관 건물에서 아무도 부여하지 않은 자경단 역할을 자처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슨 자격과 권한으로 국가기관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내방객을 상대로 사상 검증을 시도한 것은 더더욱 용납될 수 없다. 경찰과 인권위는 이번 실력 행사에 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따져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서울서부지법에서 폭력 시위대가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난동을 부린 데 이어 이번엔 헌법재판소 난동을 모의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헌재 주변을 탐색했다는 내용과 건물 안팎 사진들이 게시됐다. 또 헌재 내부 평면도가 공유됐고 ‘경찰 차벽을 넘을 사다리와 야구방망이를 준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13일을 습격일로 암시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 사이트는 서부지법 난동 때도 불법 행위를 모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기도 하다. 경찰은 신속한 수사로 제2의 서부지법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원 난동에 이어 인권위 소동, 헌재 습격 조장 등은 법질서를 부정하려는 것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게 사법당국의 법 집행이 여전히 무르기 때문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시민들이 점점 더 비민주적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경향이 정치권의 계엄 두둔이나 탄핵 찬반 선동과 무관치 않은지 여야도 자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