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경고한 KDI “한국 경제 경기 하방 위험 높다”

입력 2025-02-11 01:39
썰렁한 거리.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두 달 연속으로 한국 경제의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이 길어지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력이 거세지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일로라는 것이다.

KDI는 10일 발표한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머무른 가운데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2023년 1월 이후 2년 만인 지난달부터 경제동향에 경기 하방 위험이란 표현을 넣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산업생산은 조업일수 확대(0.5일) 등에도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도체 생산(13.9%) 증가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생산이 마이너스(-) 8.3%로 부진했다. KDI는 “반도체와 자동차 중심으로 제조업은 개선됐으나 건설업 부진이 생산 증가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과 소비 부진으로 내수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3.3%로 전월(-2.2%)의 부진을 이어갔다. 승용차(-11.5%), 가전제품(-7.5%), 의복(-1.3%) 등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세가 확대됐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도 91.2에 그치며 전월(88.2)과 마찬가지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국 불안에 따른 가계심리 위축으로 소비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KDI는 “그동안 높았던 수출 증가세도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을 중심으로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일평균 기준으로 전년보다 25.0% 늘었지만, 일반기계(-6.0%)·석유제품(-15.8%) 등은 감소했다. KDI는 “정국 불안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무역분쟁이 격화되며 수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