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마지막 길동무

입력 2025-02-12 00:34

삶에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낯선 영역에 속하는 죽음. 죽음은 존재의 소멸을 뜻하지만, 이를 대하는 우리의 정서는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죽음을 통해 삶의 유한함을 되새기고 주어진 삶을 더 소중히 여기기도 한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죽음과 관련해 다양한 개념을 만들어 왔는데, 사후세계가 대표적이다. 저승은 살아서는 결코 가볼 수 없는 곳, 이승의 숨이 다해야만 허락된 곳이기에 상상은 늘 막연하고, 그 끝은 언제나 미지로 남는다. 그렇지만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기증 특별전 ‘꼭두’를 관람하면서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가를 느낄 수 있었다.

꼭두는 전통 장례 의식에서 상여를 장식하는 인형으로, 나무로 만들어져 목우(木偶)라고도 불린다. 현재까지 보존된 꼭두는 주로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고, 가장 오래된 건 18세기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전시실을 가득 채운 꼭두들은 각기 다른 형상과 역할을 지니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말을 탄 호위무사는 저승길을 안내하며 망자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악공과 재주를 부리는 광대는 망자를 즐겁게 해준다. 시중을 드는 시종과 꽃을 든 여인이 망자가 가는 길을 뒤따른다. 선조들의 상상으로 빚어진 꼭두는 산자와 망자를 이어주며 죽음의 두려움과 슬픔을 달래주는 특별한 존재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을 애도하는 작은 인형들. 꼭두가 더욱 신비롭게 다가온 것은 시공간을 초월해버린 사람들의 진심 때문이다. 홀로 떠나야 하는 길 외롭지 않기를, 부디 저승에서 평안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므로. 언젠가 내 저승길을 동행해줄 꼭두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했다. 이승에서의 길을 환히 밝혀 주었던 고마운 존재들이리라. 죽음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낯선 길이라 해도 사랑을 주고받았던 정다운 기억이 함께한다면 결코 두렵지 않을 것 같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