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면 대기 시간이 1시간 걸리기 일쑤다. 점심 무렵이면 그 시간은 몇 배로 늘어난다. 문제는 해마다 더 많은 시간과 더 먼 이동 거리를 감수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은행들이 영업점을 대거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점포 찾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은행 영업점 수는 총 5849개로 1년 전보다 53개 줄었다. 은행 영업점 수는 지난 2012년 4분기 말 7835개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까지 감소 추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년 새 1189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각각 708개, 481개가 폐점했다. 전체 폐쇄 영업점의 69%는 4대 은행 점포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8개 영업점을 없앴고, KB국민은행은 다음달 28개 영업점의 문을 닫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고령화가 심한 지역일수록 은행 접근성이 낮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부산, 대전은 1㎞를 넘지 않는 반면, 그 외 지역은 20㎞가 넘는 곳이 다수였다. 특히 강원, 전남, 경북, 충북은 최대 27㎞에 달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고령층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의 인구(성인) 10만명당 은행 영업점 수는 2023년말 기준 12.7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5개)을 밑돌고 있다. 미국 26.6개보다도 낮고, 한국보다 노령화 시대에 빨리 접어든 일본의 33.7개에 비하면 거의 3배 가까이 적다. 온라인 비대면 확산과 경영 효율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모바일·인터넷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나 장애인, 비도심 거주자 등의 금융 접근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금융노조는 주 4.5일 근무제와 함께 영업시간 단축까지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긴 은행 대기줄이 더 길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누리면서도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는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접근성 보장은 은행의 책무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