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교육부터 청소·간식 준비까지… 아이들 공동 육아한다

입력 2025-02-11 03:06
조정희(뒷줄 오른쪽 세 번째) 신부산교회 목사와 전미나(뒷줄 오른쪽 두 번째) 사모가 푸른나무교실 학생·학부모들과 함께 지난달 24일 부산 수영구 교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부산교회 제공

부산 수영구 신부산교회(조정희 목사)는 평일에도 어린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교회가 운영하는 방과 후 돌봄 사역 ‘푸른나무교실’에 참여하는 초등학생들의 웃음소리다. 푸른나무교실은 한동대학교가 개발한 다음세대 교육 프로그램 VIC(Vision In Christ)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친다. 현재 24명이 주 5일 영어 수학 논술 창의 등의 수업을 받고 있다.

신앙교육 우선, 행복한 자녀 만들기

푸른나무교실 총괄자는 조정희 담임목사의 아내 전미나 사모다. 10일 교회에서 만난 전 사모는 “입양한 두 자녀를 포함해 4명의 자식을 키우면서 일반학교 대안학교 홈스쿨링을 모두 경험했다”며 “다음세대를 성경적 가치로 키울 방법을 고민하며 교회에 대안학교를 세울 생각도 했었지만, 전통적인 지역교회가 시도하기엔 어려움이 많았고 이에 가장 적합한 돌봄 교실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푸른나무교실을 ‘학부모의 교육 품앗이’라고 표현했다. 교회에서 수업하지만 자녀 교육의 기본은 부모가 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중 절반은 관련 과목을 전공한 학부모다. 교육 프로그램 기획부터 시작해 청소나 간식 준비까지 학부모들이 함께 상의하고 진행하며 주기적으로 모여서 자녀 교육에 대한 공부도 함께 하고 있다. 학부모끼리 네트워크가 생기니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대신 봐주는 등 공동 육아도 가능해졌다.

전 사모는 “학부모들이 ‘내 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잘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서로 경쟁하거나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학년별 수업이 아니라 수준별 수업을 하면서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른나무교실에서 교과 과목을 가르치지만 가장 중요시하는 건 신앙교육이다. 교회가 여러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 중에서도 VIC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VIC는 수업 시작 전 기도와 말씀이 필수다. 아이들이 성경 암송도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야외수업도 진행하며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다.

전 사모는 “자녀를 푸른나무교실에 보내는 학부모의 가장 큰 목표는 아이들의 신앙이 깊어지는 것”이라며 “올해 1주년을 맞아 학부모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아이들의 성적도 올랐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좋은 성품이 길러진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에게 푸른나무교실이 있다면 중고등학생들에겐 돌봄아카데미가 있다. 교회는 밤 10시까지 자습할 수 있도록 교회에 독서실을 만들었다. 매주 토요일에는 담당 선생님이 새벽부터 상주해 학생들이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는 등 안전한 곳에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

교회, 부모와 함께 ‘돌봄 공동체’ 돼야

신부산교회는 건강한 부모에게서 다음세대 교육이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영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양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먼저 제자훈련과 소그룹을 기본으로 결혼예비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가정의 기초를 다진다. 조 목사와 전 사모가 한 커플씩 따로 만나 각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조언을 해준다. 현재까지 130커플이 결혼예비교육을 거쳐 갔다.

부부가 자녀를 낳으면 영아 때부터 교회가 돌봄에 함께 한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는 주일 예배를 드리기 힘들어 신앙생활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주일에 일종의 영아 대상 탁아소를 만들었다.

전 사모는 “보통 아이를 갓 낳은 부모들은 자모실에서 아이와 함께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한창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온전한 예배를 드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 교회는 만 3세까지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와서 먼저 아이를 위한 예배를 드린다. 그 예배가 끝나면 선생님이 아이를 맡아주고 부모가 주일예배에 참여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신부산교회 또 다른 자랑은 베테랑 교회학교 교역자다. 젊은 전도사님이 교회학교를 맡다가 부서를 이동하는 게 일반적인데 신부산교회에는 18년이 넘게 사역한 교역자도 있다. 다음세대만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전문성이 생기고 교육에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교회가 다음세대 교육에 진심이다 보니 젊은 부모들이 교회에 많이 찾아왔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도 다음세대 숫자가 줄지 않았고 조 목사가 부임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성도 수가 3배 이상 늘어났다.

조 목사는 올바로 자라난 아이 한 명이 모든 곳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믿음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푸른나무교실도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한 그루의 나무를 돌본다는 마음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조 목사의 말이다.

“교회 다음세대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들이 먼저 교육을 잘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교회가 부모와 돌봄 공동체를 이뤄서 같은 마음으로 양육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신앙의 가치를 깨닫고 온전한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갈 것입니다.”

부산=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