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국 곳곳의 광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로 쪼개졌다. 여야 의원들도 각자 자기 진영의 ‘광장 정치’에 합류하는 등 경쟁적으로 장외 여론전에 뛰어들고 있다. 탄핵 정국이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시한폭탄이 돼 가는 양상인 데도 정치권이 갈등 조정의 역할 대신 진영 간 세 대결에 편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지난 8일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국가비상기도회를 개최했다. 대구·경북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윤재옥 이인선 권영진 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찰 추산 5만2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단체는 같은 날 부산역에서도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경찰 추산 1만7000여명)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집회에서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은 이후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동대구역 집회 사진과 함께 “보셨습니까. 국민 여러분의 힘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김병주 의원 등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서울·울산·광주·부산 등 전국 여러 곳에서는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여야는 9일 서로를 향해 “진영 논리를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여당답게, 공당답게 극우 성향의 모든 세력들과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서면브리핑에서 주장했다. 이에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극우 프레임을 씌워 민주당을 비판하는 국민을 ‘악마화’하고 있다”고 반박 논평을 냈다.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의 정치 혐오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여야 집회의 본질은 진영 내부 결집”이라며 “중도층은 양측 목소리 모두에 동의하지 않으니까 집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도층이 광장에 가장 많이 나온 건 12·3 비상계엄 직후였을 것”이라며 “지금은 탄핵심판을 지켜보며 여야에 대한 평가를 축적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정서적 내전’ 상태로까지 평가되는 진영 대립의 심화는 결국 탄핵심판 등에 대한 불복 기류를 만들고, 사회 통합은 요원해지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대로 가면 공동체 정신이 실종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는 비극을 잉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