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해상에서 14명이 탄 139t급 저인망어선 제22서경호(부산선적)가 9일 침몰해 9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4명은 생존했고, 1명은 선체 인근에서 발견됐으나 의식불명 상태다.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41분쯤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제22서경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은 구조함정을 급파, 사고 해상에서 한국인 선장 A씨(66)와 베트남 선원 2명, 인도네시아 선원 2명 등 5명이 탄 구명 뗏목을 발견해 구조했으나 A씨는 숨졌다. 한국인 조리장·기관장·갑판장은 각각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모두 사망 판정을 받았다. 수중에 있는 선체 인근에서 인양한 의식불명자 1명은 현재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제22서경호에는 한국인 8명, 베트남인 3명, 인도네시아 3명 등 총 14명이 타고 있었다. 구조·발견된 9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실종됐다. 실종자 5명은 통신장·항해사·기관사·선원 등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사고 직전 선체에 남아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해경은 항공기 13대와 경비함정과 민간 선박 등 46척을 동원해 사고 해역 반경 5㎞를 4개 구획으로 나눠 수색 중이지만 기상악화로 난항을 겪었다. 수색 과정에서 해경 고속단정이 침수와 엔진 정지 끝에 뒤집혀 전복되기도 했다. 다행히 탑승한 해경 6명은 전원 구조됐다.
수색 당국은 해군의 수중무인탐지기(ROV)를 활용해 오후 3시54분쯤 마지막 위치로부터 약 370m 떨어진 해저 80m에서 선체를 발견했다.
제22서경호는 조난신호조차 보내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이었다. 제22서경호 등은 총 5척으로 선단을 이뤄 전날 낮 12시55분쯤 부산 감천항에서 출항, 전남 신안군 흑산도 인근 조업지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선단선은 레이더에서 제22서경호가 사라지자 연락을 취했고, 응답이 없자 곧바로 구조를 요청했다. 생존 선원은 “항해 중 갑자기 배가 심하게 왼쪽으로 기울면서 전복했다”고 증언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100t 이상 선박이 2.5m 내외 파도에 전복해 침몰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수색·구조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사고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