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평소 ‘트로델비’가 나오면 꼭 써 보고 싶어했어요. 건강보험 급여가 되길 기다리다 써 보지도 못하고 끝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삼중음성유방암 환우회 ‘우리두리구슬하나’의 대외협력을 맡은 박지연씨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씨가 언급한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고(故) 이두리(36)씨다. 2019년 삼중음성유방암을 진단받은 이씨는 환우회를 설립하고 환자의 권익 제고와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애쓰다 암이 악화해 숨졌다. 세상에는 6살 된 딸만 남았다. 환우회는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치료제 급여화를 위한 활동과 환자들의 정서 지원 활동을 지속기로 했다.
지난달 초엔 진행·전이성(4기) 삼중음성유방암의 국내 유일 2차 이상 치료제로 허가된 트로델비(사시투주맙고비테칸)의 조속한 건보 적용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약은 2023년 5월 한국에 도입됐으나 급여화가 되지 않아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이 크다. 트로델비의 비급여 약값은 3주에 약 1500만∼2000만원, 연간 수억원에 달한다. 트로델비는 유방암 세포 표면에서 많이 관찰되는 ‘Trop-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약물 복합체(ADC) 혁신 신약이다.
삼중음성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 2가지와 HER2 수용체를 모두 갖지 않은 난치성 유방암의 한 아형이다. 특히 40세 이하 젊은 여성들에서 주로 발병한다. 전체 유방암의 15~20%를 차지한다. 재발과 전이 확률이 높아 2차 이상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많다.
박씨 역시 삼중음성유방암의 2차 전이로 인해 자궁내막암과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트로델비를 기다리는 환자가 너무나 많은데 아예 치료조차 못 받거나 비용이 너무 비싸 가족을 생각해서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몸무게에 따라 약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오히려 항암치료 중간에 다이어트하는 환자가 있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다행히 지난 6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트로델비에 대해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해 건보 적용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급여 적용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영국 등 해외 주요 국가는 젊은 여성에서 질환 진행이 빠르다는 삼중음성유방암의 특성이 정책 결정에 반영돼 트로델비의 건보 적용을 신속히 추진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해당 약제의 급여화를 위한 국민청원에서 10만5000여명의 지지를 얻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