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민주당, 정권교체냐 이재명이냐

입력 2025-02-10 00:32

독보적 원톱, 지지율 박스권
대세론 흔들리며 균열 생겨
뼈를 깎는 변화 필요한 때

조금 이른 얘기일 수도 있다. 아직 조기 대선이 실시될지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기와 상관없이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직면해야 할 문제다. 민주당은 무난하게 이재명 대표를 대선 후보로 내세워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까.

‘이재명 대세론’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만큼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야권의 독보적 ‘원톱’ 주자인데도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상황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0%에 이르지만, 이 대표의 지지율은 여전히 30% 정도다.

조사 하나만 꼽아보자.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전국지표조사(NBS)를 진행했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 1위는 32%가 꼽은 이 대표였다.

그런데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0%,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1%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 직전 기간인 1월 2주부터 1월 4주까지 3차례 이어진 NBS 조사에서 이 대표 지지율은 각각 31%, 28%, 28%로 집계됐다. 정권교체에 찬성한다는 여론은 같은 조사에서 매번 50% 안팎이었다. 20% 포인트 가량 차이가 난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정권교체 찬반 조사 결과 그 자체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국면과는 분위기가 판이하다. 필자는 당시 정치부 기자였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정권교체를 예상하지 않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해 12월에는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83.5%라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약 28% 포인트 차이로 압도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물론 당시와 현재의 상황, 여론조사 결과를 일률적으로 비교할 순 없다. 지금 국민의힘의 조건이 당시 새누리당보다 낫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만든 것 또한 이 대표다. ‘이재명 민주당’의 한계가 명확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열정부는 박근혜정부보다 인기가 없었고 지난해 총선에서 역대급으로 대패했다.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결과가 지금이다. 이 대표가 일부 대선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 보수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정치는 워딩과 타이밍이 전부라고들 한다. 메시지의 내용과 이를 내놓는 시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이 대표가 갑작스레 중도를 향해 우클릭에 나서는 것도, 당내 비명(비이재명)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이재명 대세론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결과에 따라 그 균열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이재명이 안 나오는 게 제일 무섭다. 그렇게 되면 무조건 진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제로 아니냐. 그래서 희망은 있다.” 보수 진영 대권 주자의 최측근이 한 말이다. 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인식을 공유할 것이다.

분명히 조기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대표로도 정권교체를 못할 일은 아니다. 실제 민주당 내 구도를 놓고 보면 비명 주자가 대선 본선에 갈 확률은 극히 낮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희망을 갖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일 이 대표에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주문했다. 이 대표는 살기 위해 발버둥쳐 왔지만 그 결과는 현 상황이다. 사즉생까지는 아니어도 뼈를 깎는 변즉생(變卽生)의 각오는 필요하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문동성 사회2부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