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마다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주말에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선 탄핵 반대 집회가, 경복궁역과 안국역에선 2건의 찬성 집회가 열렸다. 세 집회의 경찰 추산 인원만 5만명에 달한다. 찬반 집회는 지방으로도 계속 확산될 조짐이다. 주말 사이 대구에선 동대구역에서 5만명 규모의 탄핵 반대 집회가, 중구 동성로에선 수백명 규모의 찬성 집회가 개최됐다. 또 인천과 대전, 광주, 울산, 부산, 전주, 제주, 청주 등지에서도 크고 작은 찬반 집회가 잇따랐다. 이러다 탄핵 찬반 집회가 주요 대도시에서는 물론, 중·소도시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고, 내란죄와 관련해서도 법원에 기소돼 재판을 앞둔 상황이다. 윤 대통령 거취 문제가 사법의 영역으로 대부분 넘어간 상황에서 시민들이 제각각 거리로 나서 탄핵 찬반을 외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물론, 향후 사법적 판단이 나왔을 때 자칫 불복 시비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여야 정치권의 잘못이 크다. 국민들 사이에 대립적 사안이 생겼을 때 갈등을 조정하고, 국론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정치권이지만, 그러기는커녕 탄핵 정국에서 편 가르기와 분열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들이 엄동설한에 장외로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할 판에 오히려 의원들이 집회 참가를 독려하거나, 직접 집회 현장에 나가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개탄스럽다. 8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역 당원들에게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됐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 2명은 서울 집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당일 대구에서 열린 집회에선 국민의힘 의원 9명이 참석해 탄핵 반대 구호를 외쳤다.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민심을 대결로 치닫게 하는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탄핵 찬반 집회가 전국적인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론 분열이 극심해질 뿐만 아니라, 결과가 나온 뒤에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런 비극적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여야 정치권부터 선동적인 목소리를 당장 멈추고 차분히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의원들이 더 이상 탄핵 찬반 집회에 참석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주변에 참석을 독려하지도 말아야 한다. 정치인들이 탄핵 정국에서 불필요하게 분열적 목소리를 내고, 재판이나 수사에 자꾸 훈수를 두려고 하면 정국 혼란과 국민적 대립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