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제한적 교육 환경에 놓인 지역 학생들을 위해 방과후교실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배움의 길을 터주고 있다. 교육 사역에 뜻이 있는 교회학교 교사나 교회 청년들이 도우미 역할에 나서며 학업 지도뿐 아니라 신앙 선배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경북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의 홈페이지에는 ‘랜선 야학(야간학교) 근로장학생과 신청자 선발’을 제목으로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랜선 야학은 교회 내 대학교나 대학원을 다니는 청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지역 학생들의 방과 후 학습(영어 수학 등)을 지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랜선 야학은 2019년 교회 장학위원회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교육 현장에 갈 수 없거나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은 지역 학생을 도울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랜선 야학에 참여하는 교회 청년들에게는 매달 소정의 장학금을 제공한다.
교회가 지원하는 학습에는 신앙적 지도까지 포함돼 있다. 경북대 치과대학에 재학 중인 최가현(30)씨는 4년간 바쁜 시간을 쪼개 랜선 야학 장학생으로 섬기고 있다. 최씨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업의 시작과 끝부분에 학생에게 기도 제목을 물어보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신앙적인 비전을 함께 나누면서 학생이 공부해야 할 이유를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랜선 야학에 참여하는 김시아(15)양은 “신앙·학업적으로 배울 점 있는 선생님이 가까이에 있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상욱 경산중앙교회 부목사는 “근로장학생은 랜선 야학의 교사이면서 동시에 신앙 선배 역할도 한다”며 “청년세대와 이후 다음세대가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신앙을 전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세대 교육 사역에 비전을 둔 교사 출신 성도들이 지역 아동들을 섬기는 교회도 눈에 띈다.
천안 비전침례교회(이명건 목사)는 히브리어로 방주를 뜻하는 ‘테바스쿨’이라는 방과후교실을 운영한다. 이 교회는 전체 교인 중 절반가량이 영·유아기부터 고등학생으로 다음세대 비중이 높다. 테바스쿨은 강사 자격증과 강의 수료증을 획득한 교인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테바스쿨 부장 김경희(54) 집사는 “교회 규모가 크지 않고 지방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아이들이 계속 전도되고 있다”며 “교회학교를 부흥케 하신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교회학교 사역에 뜻이 있는 교사들이 모였다”고 밝혔다.
방과후교실은 결국 신앙교육 강화로 연결된다. 서울 광림교회(김정석 목사)는 10년 이상 방과후학교 ‘샤이닝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2년간 샤이닝스쿨에 참여한 원하음(12)양은 “교회로 방과후학교를 다니며 가장 좋은 점은 예배와 말씀을 보는 시간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하나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