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을까. 프랭크 로저스(67·사진) 미국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원이다. 그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도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했다. 언론도 뉴욕타임스를 즐겨 본다.
한데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이웃들과 다투지 않는다. 공화당 깃발을 대문에 건 앞집 주민과도 싸운 적이 없다. 그는 정치적 진영이 달라도 다투지 않을 소통의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뉴욕타임스 머리기사를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이후 한국 시민들의 정치 갈등도 찾아보게 됐고요. 양극화 양상이 미국 대선의 갈등 상황과 굉장히 흡사했습니다. 아스팔트는 물론 같은 성경을 보는 교인들끼리 SNS에서도 헐뜯더군요. 영상이나 댓글을 보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을 악마화하는 내용도 적잖았고요.”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치유상담대학원대에서 만난 로저스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기독교인까지 정치 양극화에 가세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이 갈등 봉합에 나설 태도로 긍휼의 관점을 제시했다. 로저스 교수는 2019년 저서 ‘예수의 길’(예수전도단)을 통해 타인을 정죄하지 않고 이해할 긍휼의 자세를 강조했다.
이어 2023년 11월 펴낸 ‘연민의 품에 안기다(Cradled in the Arms of Compassion)’로 그는 미국 도서대상(ABF) 올해의 책 종교부문 저자에 선정됐다. 이번 인터뷰는 로저스 교수의 제자인 김정희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객원교수의 도움으로 만남이 성사됐다.
“긍휼은 폭력과 혐오를 누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주님께 용서받은 기독교인들이 먼저 양극화 해소에 나서야 할 이유입니다.”
로저스 교수는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 자신과 이웃에게 각각 긍휼을 실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 생각이 반드시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인정과 ‘생각이 다른 이들의 동기는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는 “누구든 고집이 세진 원인과 환경이 있다”며 “동의할 수 없더라도 이를 이해할 순 있다. ‘타인이 무엇을 왜 두려워하게 됐는지’ 이해할 때 우린 서로 무장을 해제하고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대적 공생관계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로저스 교수는 “내게 원수 같은 이들이 또 다른 이들에게도 원수일 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혐오의 근원은 우리 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감각을 잊어선 안 된다”며 “우릴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방법대로, 서로 사랑하도록 우릴 지으신 하나님의 뜻대로 상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로저스 교수는 “강한 자기주장의 내면엔 대개 두려움이 있다”며 “나와 상대가 가진 두려움이 해소되도록 기도하자. 정치적 생각과 방향이 달라도 기독교인은 기도를 통해 연합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이현성 기자, 사진=신석현 포토그래퍼 sage@kmib.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