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여유 땐 위고비… 안정적 살빼기 원하면 수술”

입력 2025-02-11 00:01
위고비, 매주 68주 주사 때 15% 효과
조건 까다롭고 투약 중단 땐 요요

수술은 위소매 절제술·위우회술
인식 부족·공포심에 연 3000건 정도

수술 후 체중 증가 때 위고비가 효과적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가 비만대사 수술과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만은 식사 조절과 운동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고도비만은 단순히 운동과 식단만으로 관리되지 않고 요요현상으로 인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행동요법으로 6개월 이상 체중감량을 시도해 보고 1주일에 약 500g도 줄지 않을 땐 위고비 같은 약물이나 위절제술 등 수술로 비만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최근 비만 치료의 혁명으로 불리는 위고비의 국내 도입으로 환자들 선택지가 넓어졌다. 그렇다면 위고비 치료와 비만대사 수술 중 어느 쪽이 더 나을까.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최성일 교수는 10일 "비만 치료법은 환자의 신체 상태와 사회경제적 상황을 모두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면서 "수술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크고 1년에 최소 600만원의 경제력이 된다면 위고비를, 장기간 안정적인 체중감량을 원하면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에게 두 가지 비만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 비만 치료 트렌드는 어떤가.

“수술 위주의 외과인데도, 한 달에 2~3명 정도 위고비 처방을 원하는 환자들이 찾아온다. 그들 중 처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설득하느라 시간이 걸릴 때가 있다. 위고비의 효능을 충분히 설명해 주고 비급여라 장기간 고비용이 든다는 점, 부작용도 말해준다. 수술 치료는 체중감량 효과가 평생 지속 가능하고 약물 치료보다 장기간의 임상연구 데이터가 있음을 알려준다. 결국 경제력이나 수술에 대한 환자의 이해가 충분한 경우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위고비 치료의 장·단점은.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씩 68주간 주사하면 약 15% 이상 체중감량 효과가 있는 거로 보고됐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1개 이상의 대사질환이 동반된 성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다만 사용을 중단하면 시간이 지나며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변비 같은 소화기계 부작용이 흔히 발생할 수 있어 서서히 증량해서 투여해야 한다.”

-비만대사 수술은 뭔가.

“위의 크기를 줄이거나 소화의 일부 과정을 조절함으로써 체중을 줄이는 방법이다. 위소매 절제술은 위의 약 80%를 잘라내 남은 위가 바나나 모양처럼 변하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의 양이 줄어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루와이 위우회술은 소화관의 경로를 바꿔 음식물이 위와 소장의 일부를 우회하도록 하는 수술법이다. 음식 섭취 제한은 물론 소장 우회를 통해 영양분 흡수를 줄이고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 교수는 “수술 후 즉각적인 체중감소 효과를 볼 수 있으며 1회 수술만으로 그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장점이 있다”면서 “약물치료는 사용을 중단하면 요요 현상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인 체중 관리는 비만 수술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 수술 추세와 부작용은.

“수술 시행 건수는 연간 3000건 정도다. 2019년 건강보험 적용 후 증가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적응증 기준에 해당하는 인원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다. 수술에 대한 인식 부족과 막연한 공포심이 원인일 수 있다. 비만 수술은 BMI 35를 넘거나 30 이상이면서 당뇨병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지방간 등 동반질환을 가진 경우, BMI 27.5 이상이면서 2형 당뇨병 조절 불량인 경우 받을 수 있다. 비만 수술은 체중감량과 대사질환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수술에 따른 출혈, 감염, 장폐색 등 합병증이 있을 수 있지만 0.5~0.67%의 매우 낮은 발생률을 보인다.”

-위고비와 비만 수술 효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가 있나.

“아직 없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보면 여러 연구에서 위고비 사용의 체중감량 효과는 10~15% 정도지만 비만 수술은 약 25~35%로 알려져 지금까지는 수술의 효과가 훨씬 크다. 또 비만 수술은 장기간의 임상연구가 있는 반면 위고비는 아직 없다. 수술과 비교했을 때 위고비는 사용을 중단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다시 체중이 늘 수 있어 BMI 30 이상의 고도비만 환자면 아직은 수술 치료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어떨 때 약물치료 혹은 수술 치료를 받는 게 좋은가.

“수술과 마취에 위험도가 높거나 환자가 수술에 대한 공포가 심한 경우 약물치료를 우선 고려한다. 또 초고도 비만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에게 수술 전 체중감량을 위해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수술 치료는 약물에 실패했거나 약물 부작용이 있는 환자에게 우선 권유할 수 있다. 대사질환이 재발했을 때도 수술을 권할 수 있다. 장기적인 약물치료에 비용이 부담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최 교수는 “최근엔 비만 수술 후 체중이 다시 증가한 환자에게 위고비가 체중감소에 효과적이었다는 연구도 발표돼 수술 후 체중감량의 보조 요법으로 위고비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